[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자동차 알루미늄 휠 생산업체인 핸즈코퍼레이션 주가가 수 년째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유동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핸즈코퍼레이션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했던 사모펀드 시드프라이빗에쿼티(시드PE)가 주식 전환 대신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결정하면서 현금 유출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RCPS 상환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순손실이 계속되면서 이익잉여금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RCPS 발행 목적이었던 이노메트리 투자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부담을 키우고 있다.
◆ RCPS 발행해 이노메트리 인수…4년 만에 약 96억 어치 상환 요구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핸즈코퍼레이션은 이달 23일 기 발행한 의결권 없는 RCPS 107만4201주를 상환할 예정이다. 상환 예정금액은 원금 87억4400만원과 이자 8억4786만원 총 96억원이다. 이번 상환은 해당 메자닌을 보유한 시드PE가 조기 상환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핸즈코퍼레이션은 2020년 9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이노메트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총 220억원 규모의 RCPS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노메트리는 엑스레이(CT)를 이용한 이차전지 검사장비 전문업체다. 당시 핸즈코퍼레이션은 1000억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 중이었음에도 자체 현금을 활용하기보다는 메자닌 채권을 선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던 시기였던 데다 추후 사업 안정화에 따른 수익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핸즈코퍼레이션은 시드PE에서 투자를 이끌어 냈다. 먼저 RCPS의 발행가액은 기준주가의 10% 할인율이 적용된 주당 8140원으로 책정됐다. 배정 주식수는 우선주와 보통주 총 147만4201주로, 시드PE 산하 시드그린 사모투자가 전량 받았다. 100억원 규모의 CB는 보통주 102만9972주를 새로 찍었으며 전환가액은 주당 9709원이었다. 해당 CB 역시 시드그린사모투자로 전부 넘겼다.
◆ 주가 80% 폭락, 전환가액 더 높은 상황…결국 엑시트
문제는 핸즈코퍼레이션이 좀처럼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시드PE가 투자금을 도로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이 메자닌을 발행한 2020년 9월 중순만 해도 9500원까지 치솟았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2100원대 수준으로 약 4년 새 80% 가까이 하락했다. 시드PE 입장에서는 메자닌 전환가액이 현 주가보다 4배 이상 높은 만큼 CB와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핸즈코퍼레이션이 완성차 판매 호조의 낙수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은 현대자동차·기아의 1차 밴더사로,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6.7% 증가한 730만2451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 합산 영업이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핸즈코퍼레이션은 매출이 3.7% 줄어든 7495억원에 그쳤으며, 연간 영업이익(-215억원)과 순이익(-339억원)은 4년 연속 적자가 유지됐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바뀌지 않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1분기 판매량이 1.3% 축소됐음에도 오히려 10.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반면 핸즈코퍼레이션의 경우 매출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현대차·기아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비중을 높이며 마진을 많이 남기고 있지만, 핸즈코퍼레이션의 경우 제품군이 한정적일 뿐 아니라 원가부담이 높고, 단가 협상 주도권이 없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핸즈코퍼레이션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한 이노메트리의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이노메트리는 2020년 연간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부터 흑자전환했지만 ▲2021년 39억원 ▲2022년 27억원 ▲2023년 78억원을 냈다. 올해의 경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여파로 호실적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노메트리는 피인수 이후부터 배당을 중단한 터라 핸즈코퍼레이션은 가외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 승현창 회장 일가 지배력 영향 없어…현금부담 가중, 배당여력 낮아져
시드PE가 상환을 요구한 RCPS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인 만큼 승현창 핸즈코퍼레이션 회장의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재 이 회사 주주 분포를 살펴보면 승 회장이 40%의 최대주주 지위를 구축 중이며, 오너일가와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총 61.5%에 달한다.
하지만 핸즈코퍼레이션의 재무건전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전방산업 실적 개선 수혜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핸즈코퍼레이션의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에비타(EBITDA) 마진율은 1.4%로 지난해 말(6.1%)보다 4.7%p(포인트) 하락했다. EBITDA 마진율은 현금창출능력을 확인하는 지표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신용평가는 핸즈코퍼레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B(안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아가 핸즈코퍼레이션은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가를 상승시킬 만한 재료가 마땅치 않은 데다 배당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들어서다. 핸드코퍼레이션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RCPS 상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 누적된 순손실로 이익잉여금 계정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주주들이 배당을 받을 여력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실제 핸즈코퍼레이션의 이익잉여금은 2019년 말 연결기준 2210억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 2100억원 ▲2021년 1524억원 ▲2022년 799억원 ▲2023년 433억원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핸즈코퍼레이션은 2020년부터 3년째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시드PE가 아직 남아 있는 CB 물량과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 40만주의 추가 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드PE 관계자는 "CB와 RCPS 전환가격과 현 주가의 괴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조기 상환을 요구했다"며 "아직 남은 보유 분은 주가 추이를 지켜보며 회사 측과 협상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핸즈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주가 부양을 위해 단가 협상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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