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만난 증권사 CEO "금투세 도입 원점 논의 필요"
16개 증권사 CEO 간담회…이복현 "자본시장 선진화, 소모적인 논쟁되면 안돼"
금융감독원. (제공=금융감독원)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내년에 시행하기 어렵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다. 또 기업 밸류업 등 주요 현안과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증권산업 발전을 위한 건의사항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이복현 원장은 3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6개 증권사 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신한투자·메리츠·하나·키움·대신·교보·한화투자·카카오·토스증권 등 14개 국내 증권사와 JP모간·UBS 등 2개 외국계 증권사의 CEO들이 참석했다.


증권사 CEO들은 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보안이 사실상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또 ▲세금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 우려 ▲기관간 정보공유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손익계산 곤란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 등 여러가지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증권사 CEO는 금투세를 보완한 후 시행시기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증권사 CEO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적극 동참과 부동산 PF 연착륙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를 약속했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유도를 위해서는 상속세·법인세·배당세 등에 대한 적극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업계 목소리를 자본시장 감독 업무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답변하는 한편,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려면 증권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험자본 공급, 시장 매력도 제고, 건전한 조직문화 구축, 부동산 PF 리스크관리 등 네 가지 당부사항을 증권업계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AI·빅데이터 분야 등 혁신기업에 대한 양질의 자금공급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을 증권사들이 주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또한 내년 3월까지 구축 예정인 공매도 전산시스템 및 제도 개선안의 원활한 안착을 위해 증권사 CEO들의 책임감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이 밖에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를 겨냥해, CEO들에게 내부통제의 최종책임자로서 업계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서는 면밀한 사업성 평가와 충분한 충당금 설정으로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시장불안에 대비해 유동성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것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고금리·고물가 등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구감소, 고령화, 기후변화로 장기 성장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대개혁을 통해 장기적인 혁신 동력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기업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상속세 완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는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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