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 위탁생산(CMO) 및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 'IDT 바이오로지카(IDT Biologika)'를 인수했지만 수주 확대와 비용 절감, 내부경쟁이라는 당면과제를 떠안았다. 글로벌 탑 티어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대규모 매출 인식 및 생산시설 확보,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의 효과를 누리겠지만 안정화에 이르기까지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27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배경 및 과제 그리고 향후 운영 계획 등을 설명했다.
안 사장은 먼저 "IDT 바이오로지카는 최신 시설과 훌륭한 인적자원, 좋은 트랙 레코드를 쌓아온 매력적인 회사"라며 "2021년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후 그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적절한 시점과 가격에 좋은 회사를 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IDT 바이오로지카 최대주주 클로케 그룹에서 '지분 40%를 남기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아닌 SK와 함께 IDT 바이오로지카를 키울 계획"이라며 "전략적 장기 파트너십을 위해 2%에 가까운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클로케 그룹은 약 760억원을 투자해 SK바이오사이언스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 1.9%를 신규 확보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2배 이상의 즉각적인 매출 신장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준의 품질을 충족하는 생산 역량 및 고객 네트워크 확보 ▲글로벌을 잇는 통합인프라 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최고 수준 제조 및 연구개발(R&D) 인프라 즉시 확보 ▲넥스트 팬데믹 대응 위한 글로벌 공급망 확장 ▲New Bio 사업 즉각 진출 및 잠재적 생산 기반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실행 가속화 등 미래 성장전략을 본격화할 계기도 마련했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로 수주 확대 및 비용 절감, SK팜테코와의 경쟁 등의 숙제도 풀어야 한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작년 말 기준 1억5300만도즈의 생산능력(케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생산은 5700만도즈에 그쳤다.
또한 IDT 바이오로지카의 인건비는 2046억원, 감각상각비는 380억원에 달한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던 2022년 3억1200만유로(약 4660억원)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팬데믹의 일회성 요인이 제거된 지난해에는 약 2억7500만유로(약 4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절반가량이 인건비로 지출된 셈이다. 아울러 이 회사의 5월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1억1000만유로(1630억원) 수준이다.
이에 기업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EBITDA(이자, 세금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도 2021년 882억원, 2022년 485억원, 2023년 233억원으로 감소세에 있으며 2022년 18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작년 마이너스(-) 14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안재용 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IDT 바이오로지카가 시설투자를 늘리며 차입금이 증가했다"며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0% 정도다. 신주 발행으로 7500만유로 정도가 회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완제의약품(DP)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IDT 바이오로지카는 여기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IDT 바이오로지카)활용 가능한 케파가 있고 빠른 시일 내에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비용 절감과 관련해선 "비용구조가 무겁다. 클로케 그룹과 구조를 최적화하는 작업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 사장은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로 SK그룹 내에서 이미 CDMO 사업을 진행하는 SK팜테코와 사업 분야가 겹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안 사장은 "SK그룹이 영역별, 산업별로 리밸런싱(사업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번 딜 역시 전체 흐름에 연관됐다"며 "리밸런싱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지만 그렇다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국민에게도 약속했듯이 회사의 백신 사업은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진정성을 가지고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SK팜테코와 경쟁이 중복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IDT 바이오로지카 생산 설비는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 백신 생산을 위해서도 쓸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CDMO 회사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CDMO 사업을 추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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