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사피온 합병20일부터 실사…"합병비율 2:1 터무니 없어"
[딜사이트 이상균, 김호연, 서재원, 한은비 기자]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위한 실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향후 합병 성사를 가를 주요인으로 합병비율을 꼽고 있다. 이들 두 회사에 투자한 상당수 투자자들은 아직까지는 합병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리벨리온의 합병비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6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사피온 합병을 위한 기술적, 사업적, 재무적 실사가 지난 20일부터 개시됐다. VC업계 관계자는 "여러 분야의 실사를 동시에 실시하기 때문에 실사기간만 3개월은 소요될 것"이라며 "대략 3분기 내로는 합병비율을 확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합병비율에 쏠린다. 지난 12일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발표하는 주주간담회에서 합병비율 초안으로 2(리벨리온)대 1(사피온)을 제안하긴 했지만 최종 결과는 실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입장이다.
대형 VC 관계자는 "합병 비율 초안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판단 유보다"며 "항해하고 있는 배에 아직은 의견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현재까지 합병과 관련해 논의한 사항은 따로 없다"며 "합병비율이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VC들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세한 입장 차이는 나타나고 있다. 이번 합병을 주도한 SK 측의 사피온에 투자한 VC보다는 리벨리온에 투자한 VC에서 합병비율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VC 관계자는 "AI칩 본연의 경쟁력을 비롯해 AI 인재의 양과 질 측면에서 사피온보다는 리벨리온이 압도적 우위에 선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어느 회사도 리벨리온 만큼의 AI 인재를 거느린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피온만으로는 AI 반도체 시장을 뚫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며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한 수 위인 리벨리온과 합병이 이뤄질 경우 SK그룹은 수준 높은 기술력을 손에 거머쥘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딜을 수행해본 SK그룹의 경험이 잘 드러나는 사례"라며 "지금 AI반도체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사업적인 측면에서 합병이 필요하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합병비율의 대폭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초안으로 제시한 합병비율은 말도 안되는 수치"라며 "이보다 리벨리온의 합병비율이 높아야 하며 최대 5대 1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피온이 퓨리오사AI에게 합병을 제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이는 리벨리온에게 '우리와 합병을 거부하면 언제든 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합병 비율이 맞지 않으면 얼마든지 합병이 깨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는 "합병비율 2:1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합병을 추진하는 SK 측이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리벨리온은 급할 게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 후 누적 투자액이 2800억원에 달한다. 주요 재무적투자자(FI)로는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 ▲지유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노앤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사피온의 경우 대부분의 지분을 SKT 및 SK 계열사가 보유 중이다(SKT 62.5%, SK하이닉스 25%, SK스퀘어 12.5%). 여기에 ▲위벤처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사모투자조합(PEF)을 운용하는 기관들이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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