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뭣이 중헌디'
스포츠로 인정받는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주류 문화로 자리잡아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08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게임즈가 RTS 게임 '스톰게이트'의 개발사 프로스트 자이언트 스튜디오의 e스포츠 파트너들과 함께 PC방 랜파티 행사를 개최했다. (제공=카카오게임즈)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얼마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별도로 e-스포츠 올림픽 대회를 치르는 방안을 총회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처럼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으나 e-스포츠의 위상이 많이 올라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대회인 롤드컵 누적 시청자 수가 4억명을 넘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e-스포츠가 뉴스에 나오거나 이슈의 대상이 될 때 항상 나오는 질문이 있다. e-스포츠는 스포츠가 맞을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신체적 활동이 없는데 스포츠가 될 수 있냐는 비판도 있다.


이 모든 논란이 생겨난 주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스포츠의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경쟁, 공정성 같은 요소들을 게임사가 방해할 수 있다는 까닭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사기업이 게임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어 리그 운영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e-스포츠에서 게임사는 절대 '갑'으로 여겨진다.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회사가 있거나 게임사의 능력이 부족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초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디도스 사태로 리그운영이 혼란을 빚었다. 결국 이 대회를 주관하는 라이엇게임즈는 대처방안을 찾지 못하고 잠시 동안 무관중경기와 녹화중계를 하기로 결정했다. 스포츠는 실시간 중계가 필수적인 요소인데도 말이다. 이외에 '피파온라인'에서는 게임 결과에 영향을 주는 버그가 발생한 적이 있었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는 게임사가 선수 및 관계자에게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리그를 폐지했다. 'e-스포츠는 스포츠가 맞는가'라는 의문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게임업계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퍼지는 듯하다.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게임이 스포츠 장르 중 하나로 굳이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스포츠를 위해 게임을 만든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팬들이 즐기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둑이나 체스 같은 경우도 스포츠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며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 없이 그냥 그 의견을 존중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게임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 이 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이 산업에 참여한다면 충분히 만족한다"며 "사실 게임 개발사의 파워를 줄이는 것은 콘텐츠를 개발할 동기를 잃게 되는 만큼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게임사들이 버그 같은 기술적 문제 등을 방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e-스포츠가 계속 성장하면서도 꾸준하게 들려올 비판들이다. 그들도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발생하는 버그들을 줄이고 선수들과 팬들이 온전히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 지원을 쏟아 대내외적 변수를 없앨 필요가 있다.


다만 스포츠로 인정받는 데 힘쓰기보다 이 분야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게임이 올림픽에 설령 가지 못하더라도, 여러 문제들로 비판이 가해져도 이 산업은 그들 스스로의 영향력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연맹 주관으로 올해 7월말에 e-스포츠 올림픽이 열리기로 예정돼 있다. 총상금만 6000만달러(한화 약 835억원)고 총 19개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큰 e-스포츠 대회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게임 개발사들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앞선 관계자는 "라이엇게임즈는 현재 디도스로 문제를 겪고 있긴 하지만 게임과 e-스포츠를 위해 엄청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의 팬이 된 이들은 이미 이 활동에 빠져 영감을 얻고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단지 게임이 아닌 인생의 취미와 즐거움을 주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스포츠로 인정받는 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주류 문화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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