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메리츠캐피탈이 자본 확충에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모회사 메리츠증권으로부터 2000억원을 수혈받은 데 이어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선다.
이를 두고 메리츠캐피탈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기에 대비해 재무구조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리츠캐피탈은 전체 영업자산에서 부동산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부동산시장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전날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30년 만기에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 조건이 붙은 이번 신종자본증권에 740억원의 주문이 접수됐다. 청약과 대금 납입은 28일 진행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인데도 만기가 보통 30년 이상으로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된다.
앞서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17일 유상증자를 통해 모회사 메리츠증권으로부터 2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메리츠증권의 자금 수혈로 메리츠캐피탈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메리츠캐피탈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과거와 비교해 나쁜 상황이 아닌데도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캐피탈사가 자본을 확충할 때는 당장 레버리지배율 등 지표를 개선하거나 영업자산을 늘리기 위한 경우가 많은데 메리츠캐피탈은 둘 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리츠캐피탈의 올해 3월 말 기준 레버리지배율은 6.3배로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인 9배를 훨씬 밑돈다. 게다가 이번 유상증자 탓에 레버리지배율은 5배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레버리지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부채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메리츠캐피탈은 2023년 이후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영업자산 성장세를 다소 조절하고 있다. 영업자산을 늘리기 위한 선제적 자본 확충도 아닐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메리츠캐피탈의 영업자산 규모는 2020년 5.8조원에서 2022년 7.7조원까지 증가했다가 2023년 7.4조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메리츠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캐피탈은 전체 영업자산에서 부동산 PF 등 부동산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레버리지배율 등에는 부동산 PF 등 위험 자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는다. 당장 금융당국의 규제를 충족하더라도 보유 위험 자산 대비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갖췄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최근 분위기상 부동산금융 자산은 부실 가능성이 큰 위험 자산으로 여겨진다. 위험 자산이 증가하면 대손비용 부담 등도 늘어나면서 자본 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메리츠캐피탈이 선제적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신용평가가 4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고 부동산 PF 자산 비중이 큰 캐피탈사의 경우 그렇지 않은 캐피탈사와 비교해 시장 상황 악화에 따른 레버리지배율 변화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캐피탈은 취급한 부동산 PF 사업장 대부분이 건실한 데다 대출자산의 변제 순위도 높아 실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금리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미뤄지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유상증자와 별개로 메리츠증권에 32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자산을 이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메리츠캐피탈은 최근 실적이 감소하고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 등 부동산 PF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93%로 지난해 말보다 2.52%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율은 10.14%까지 치솟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내놓은 메리츠캐피탈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의 질적 구성은 우수하다"면서도 "영업자산 중 약 30%를 차지하는 등 양적 부담은 다소 높으며 PF 익스포저 내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약 16%으로 자산건전성 관리부담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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