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단 양사는 (합병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SK㈜가 쏠쏠한 배당원인 SK E&S를 SK이노베이션에 합병시키겠냐는 의견이 시장서 나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 분할 판결에 대한 상고 기한을 하루 앞둔 20일, 국내 한 매체는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안이 오는 28~29일 SK 경영전략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경영전략회의는 최 회장을 비롯해 그룹 및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이 모여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SK E&S의 모회사인 SK㈜의 입장까지 갈음해 '미확정' 공시를 내고, "검토하곤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합병설은 이미 2주 전부터 돌았던 이야기로, 당시에도 시장에선 설익은 뉴스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재 SK그룹의 최우선 순위는 최태원 회장 지분 방어"라며 "직면한 사법 리스크를 해결한 후에나 사업 재편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구상할 순 있어도 시일 내 결정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 회장이 최근 상고장 제출 의지를 밝힌 데 따라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은 대법원까지 갈 전망이다. 그러나 상고마저 기각된다면 최 회장은 1조380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이혼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지분 매각이나 추가적인 주식 담보 대출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SK㈜ 지분(17.7%)이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발밑에 도사리는 상황에서 최태원 회장이 주요 수익원을 과감하게 넘겨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SK E&S는 SK㈜에 연간 50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안겨 주는 알짜 자회사"라고 말했다. 실제 SK E&S는 지난해 4816억원, 올 1분기 3486억원의 배당금을 SK㈜에 지급했다.
아울러 SK E&S가 SK㈜의 주 수익원인 만큼, 주주들의 반대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SK㈜는 SK이노베이션 지분 36.2%, SK E&S 지분 90%를 쥐고 있어, 임시주총에서 합병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완강한 반대 여론이 감지된다면 마냥 강행하기만은 힘들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앞선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으로선 최악의 경우(상고 기각)를 대비해 지분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 SK㈜ 주가에 악재인 이번 소식이 달갑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SK㈜의 주가는 15만780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5.6%나 빠졌다. 지난 8일 이후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SK그룹의 양대 에너지 중간 지주사 간 결합이 현실화된다면, 자산 총액이 106억원에 달하는 슈퍼 에너지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자산은 86조원, SK E&S 자산은 19조원 가량이다.
이번 합병은 에너지 전문 기업의 대형화라는 시너지 효과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수혈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그러나 그 너머로는 먼 미래 계열 분리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최 회장은 SK㈜ 계열을 가지고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각각 SK이노베이션 계열과 SK디스커버리 계열을 가져 가도록 가르마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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