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모두 외국계 생명보험사 인수로 계열사 덩치를 키우면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성과가 차츰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차이가 큰 만큼 당분간 '빅3' 체제가 견고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라이프는 생명보험업계 2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KB라이프는 2030년까지 업계 3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라이프가 교보생명과 순이익 격차를 크게 좁히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순이익(지배기업 소유지분)은 472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은 47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신한라이프보다 불과 33억원 차이 나는데 그쳤다. 2022년 신한라이프와 교보생명 간 순이익 차이는 748억원 규모였다.
시장에서는 신한라이프의 성장 탓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견고한 '빅3'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1분기의 경우 대형 생명보험사 실적이 후퇴하는 상황에서도 신한라이프는 유일하게 순이익을 늘리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다만 순이익 기준 업계 순위는 삼성생명(6221억원), 교보생명(2933억원), 한화생명(2876억원)에 이어 4위(1542억원)에 머무는 데 그쳤다.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핵심 지표로 떠오른 보험계약마진(CSM)도 빅3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형 생명보험사 CSM 잔액을 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순으로 집계됐다.

CSM은 IFRS17 도입으로 새로 등장한 계정과목이다. 미래에 보험계약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인식하게 될 미실현이익을 의미한다. 이전 회계기준(IFRS4)의 경우 수입보험료가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IFRS17 도입에 따라 CSM이 이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KB라이프는 실적 측면에서 빅3와 어깨를 견주는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푸르덴셜생명과 통합하면서 업계 순위가 껑충 뛰었다. 이전에는 중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순이익 2562억원을 거두면서 업계 순위 8위에 올랐다.
신한금융그룹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뒤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했다. KB라이프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해 2023년 1월 출범했다.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시점은 2020년 4월이다.
다만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가 야심찬 포부대로 빅3 중심의 업계 판도를 흔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신한라이프만 해도 순이익이나 CSM 측면에서는 확실히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절대적 자산 규모나 시장점유율 등은 빅3와 격차가 아직 크다.
신한라이프보다 출발이 늦은 KB라이프의 경우 과제가 더 많다. 특히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기존 두 회사의 조직문화 융합 등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한다.
보험사는 사업 자체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보고 또 실적의 상당 부분을 투자사업에서 거두는 만큼 자산규모나 시장 점유율 등 확보도 중요하다. 1분기 말 기준 자산규모를 보면 빅3와 신한라이프, KB라이프의 격차는 크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자산총계는 315조원 정도로 압도적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역시 각각 148조원, 133조원 수준이다. 반면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는 각각 45조원, 31조원으로 3위 교보생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B라이프만 해도 화학적 결합, 계열사와 시너지 등 효과가 본격화하려면 최소 5년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생명 등의 자산규모나 견고한 시장점유율 등도 높은 진입장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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