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사피온 합병
성사되면 1.3조 유니콘 탄생
①기업가치, 리벨리온 8000억·사피온 5000억…AI반도체로 국내 첫 사례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10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스타트업 사피온코리아(이하 사피온)와 리벨리온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AI반도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사피온은 SK그룹 계열사로 SK텔레콤이 62.5%, SK하이닉스가 25%, SK스퀘어가 1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사피온은 지난해 7월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리드 투자자로 진행한 시리즈A 투자 유치에서 5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투자 유치 규모는 600억원 이상으로 여기에 참여한 투자자는 ▲GS 계열사 ▲대보정보통신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벤처투자 ▲위벤처스 ▲E1 등이다.



2020년 설립한 리벨리온도 창립 이후 3년간 2개의 AI반도체를 출시하며 기업가치를 빠르게 키웠다. 2021년 7월 145억원 규모의 프리A시리즈 투자 유치를 추진한 리벨리온은 상환전환우선주 2만주가량을 신규 발행하고 약 11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2022년 6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는 3배가량 늘어난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2024년 초 16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서는 2배 넘게 증가한 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부여받았다. KT그룹을 비롯한 KDB산업은행, 신한벤처투자, 지유투자, IMM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파빌리온 캐피탈(Pavilion Capital)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벨리온(8000억원)과 사피온(5000억원)이 마지막 투자 유치 단계에서 평가 받은 기업가치를 합치면 총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AI반도체 유니콘 기업이 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유니콘 기업의 출현은 기념비적이라는 평가다.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기업들이 속출했으나 엔데믹 이후 이어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유니콘 기업들은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주요 국가의 유니콘 기업을 조사한 결과 최근 5년 사이(2019년~2023년)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중 한국의 유니콘 기업 비중은 2.2%에서 1.2%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국내 유니콘 기업 수는 총 10개에서 14개로 늘었지만 증가세가 확연히 꺾였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에는 ▲두나무 ▲컬리 ▲당근마켓 ▲직방, 2022년에는 ▲여기어때 ▲빗썸코리아 ▲버킷플레이스 ▲리디 등 각 4개 기업이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에이피알 ▲크림 ▲아크미디어 등 3개 기업만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 추진은 최근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동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VC 심사역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투자 분야는 지난 3년 동안 제약바이오·플랫폼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반도체·우주항공 등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오른 AI반도체 분야에서 3대장으로 꼽히는 두 회사가 힘을 합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며 "파두 사태 이후 반도체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진 만큼 관련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합병은 추후 상장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를 압박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어 "합병 비율 등의 협상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실사 진행 이후 시너지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두 회사 간 합병은 무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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