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회사채 미뤄…GS건설 미매각에 화들짝?
건설채 수요 부진에 몸사리기…AA급 우량 신용도에도 발행 성공 불확실성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5일 10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이앤씨 본사 전경. (제공=DL이앤씨)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DL이앤씨가 이달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일정을 연기했다. 앞서 2021년 6월 발행했던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데 따라 차환발행을 준비했지만, 건설채 투심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일정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DL이앤씨는 만기가 다가오는 2000억원 회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 DL이앤씨의 현금성자산 규모가 2조원을 웃도는 덕분에 유동성 우려는 없다. 추후 시장 상황을 살펴 다시 회사채 발행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이달 초로 잡아뒀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일정을 미뤘다. 수요예측 후 최대 2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열어두고 조달작업에 돌입했었지만 계획을 변경했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이후 건설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부각됐고, 건설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약 반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건설업을 향한 투자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공모채 시장에 출격했던 GS건설이 수요예측 결과 대규모 미매각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에 건설채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며 DL이앤씨의 회사채 차환 계획도 미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GS건설은 1.5년물과 2년물 각각 500억원씩 모두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기관수요예측을 통해 초과 수요가 몰릴 경우 최대 2000억원으로 발행규모를 늘릴 예정이었지만, 5월27일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1.5년물 220억원, 2년물 60억원의 주문만 접수됐다. 모집 물량은 1000억원에 이르렀지만 투자수요가 280억원에 불과했던 탓에 증액발행은 무산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공모채시장에 출격한 건설사 및 유관기업들은 대부분 충분한 시장 수요를 끌어오는 데 실패하며 미매각 행진을 이어갔다. 실제로 중견 건설사인 HL D&I한라는 지난 2월 7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1건도 들어오지 않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4월 한국자산신탁은 회사채를 통해 1000억원을 조달했는데 수요는 670억원에 그쳤다.


건설채 미매각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공모채시장에서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포스코이앤씨 등은 발행규모 이상의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발행사의 시장 내 지위, 신용등급 등 요소에 따라 건설채 수요의 양극화가 나타난 셈이다.


GS건설은 국내에서 시공능력평가 5위에 자리하고 있다. GS건설의 신용등급은 'A'로 AA급의 현대건설(AA-)과 비교하면 낮지만 포스코이앤씨(A+), SK에코플랜트(A-)와는 같은 A급에 포진해있다. 투심 위축 속에서도 회사채 완판을 통해 저력을 보여준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우량 건설사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GS건설마저 대규모 미매각 사태를 마주하게 되면서 DL이앤씨가 회사채 발행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풀이된다. 


DL이앤씨는 앞서 2021년 회사채 발행 당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AA-'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A급인 GS건설보다 우량한 신용도를 지니고 있지만, 건설채 투심 위축이 계속되는 탓에 회사채 발행시 완판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1분기 말 기준 DL이앤씨의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규모는 모두 2조4477억원, 전체 차입금 규모는 1조290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차입금에서 예금 등 금융자산과 현금을 차감한 금액인 순차입금규모는 마이너스(-) 1조1570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을 차입금 상환에 모두 투입해도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남을 만큼 DL이앤씨의 유동성은 충분하다.


이번에 차환발행 예정이었던 회사채는 모두 2000억원이다. 이를 전액 현금으로 상환해도 DL이앤씨의 현금성자산은 2조원 이상 남는다.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도 유동성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 수준이다. 우량 건설사의 회사채마저도 외면 받는 상황에서 DL이앤씨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둔 덕분에 혹시 모를 미매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의 인수확약 등이 있어 충분한 수요가 없어도 예정된 자금 조달은 가능하다"며 "다만 수요예측 결과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하면 발행사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는 탓에 이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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