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의 그늘
금융당국, 보험업계 IFRS17 기준 재검토…단기성과보다 제대로된 평가받도록 해야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13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 전경. (제공=금융감독원)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신 국제회계제도(IFRS17)의 손질에 칼을 빼들었다. 오랜기간 검토 및 보완을 통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했지만 취지와는 달리 보험업계의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키우고 있어서다. 회계제도 변경만으로 치솟은 보험사들의 실적을 당국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IFRS17의 핵심인 CSM(계약서비스마진)의 회계처리에 대한 재검토가 골자다. CSM은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IFRS17 도입 이전에는 보험상품을 판매시 그 이익이 모두 곧바로 장부에 반영됐지만 도입 이후에는 우선 CSM으로 회계상 부채로 잡힌 후 분기마다 일정비율을 적용해 이익으로 전환(상각)한다. 


이중 당국이 살펴보려는 부분은 CSM을 이익으로 넘길 때(상각시) 적용되는 할인율이다. 할인율 적용을 통해 초반에 상각할 수 있는 비중을 키울 수 있어서다. 지난해부터 급증한 실적 역시 이같은 구조를 통해 미래 이익을 당겨온 게 컸다. IFRS17는 보험부채 측정시 기본적인 원칙만 제시하고 할인율 적용은 보험사의 자율영역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실적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마다할 보험사가 있을리 없다. 


지난해 보험업계 실적이 명확한 방증이다. 작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각각 5조952억원, 8조26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37.6%, 50.9%씩 급증한 규모다. 올해 1분기 역시 이같은 분위기는 여전하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351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 전체 순익(1조3215억원)을 넘어섰다. 


실적 개선을 반기지 않을 회사는 없다. 문제는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납득할 만한 실적이냐는 점이다. 실적이 '과도하다', '부풀려졌다'는 말들은 지난해부터 보험업계 실적을 언급할 때 따라오는 대표적인 표현이 됐다. 보험사들 역시 이같은 평가를 대놓고 반박하지 못한다. IFRS17를 기준에 맞게 도입했을 뿐 문제가 없다면서도 실제 사업이 좋아졌다는 질문엔 목소리를 낮춘다.


본질적인 가치평가 역시 긍정보다는 의문부호가 앞선다. 올해 가장 보험업계 M&A(인수합병)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이달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매각적정가를 두고 여전히 말이 많다. 지난해 30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현 희망가가 '비싸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CSM 상각시 할인율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이 경우 지금처럼 초기 이익 키우기는 불가능해진다. 실적을 키웠던 보험사들은 당연히 불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과당경쟁과 돌려막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 구조를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을 봐야 한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시작해야 효과를 키우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당국 역시 도입 시점부터 과도한 실적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보험분야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점은 금감원도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항"이라며 "시행 당시 저금리 상태라 지속적으로 기준을 완화해줬는데 막상 도입시 금리가 오르며 수익을 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1,02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