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장지 보다 알맹이
고금리 시대 IR 통한 기업 포장의 한계...바이오 기업 성장성 기반은 원천 기술력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0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셀트리온)


[딜사이트 엄주연 기자] #. A 바이오 기업은 바이오 업계에서 'IR 모범생'으로 통한다. 지난달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도 대표가 직접 나서서 회사의 주요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기업은 오래전부터 IR에 늘 진심으로 임했다. 지난해만 해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이 7차례나 열렸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원천기술도 없는 데다 눈에 띄는 성과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B 바이오 기업은 IR에 큰 공을 들이지 않는 편이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단 한차례도 IR을 열지 않았다. IR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 제도를 어긴 건 아니지만 A 기업과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기업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은 B 바이오 기업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자체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관련 성과를 내면서 기업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바이오 업계에선 "굳이 IR을 열심히 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오래전부터 IR에 열심이었던 A 기업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반면, IR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기업은 핵심 원천기술을 앞세워 시장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성장과 기술에 자신 없는 기업들이 IR에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말에 무게가 느껴진다. 


두 기업의 평가가 다른 것은 원천 기술력에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건 바이오 붐이 일던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이들 모두 성장세를 약속하며 시장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바이오 기업의 기업가치는 원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다. 기술을 바탕으로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어야 하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았던 까닭이다.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상장 폐지 위기까지 몰린 상황이다. 올 초 제넨바이오와 뉴지랩파마, 카나리아바이오, 세종메디칼 등은 회게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받았다. 제넨바이오는 6년째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셀리버리는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으며 카나리아바이오 역시 완전자본 잠식 상태다. 


이제 더 이상 IR로만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바이오 기업의 경쟁력과 영속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원천 기술력이다. 겉으로 보이는 계획보다 속에 있는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바이오 업계가 어렵다지만 원천기술이 있는 곳에는 투자자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하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 투자도 위축된 시기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선 기술 확보가 답이라는 당연함이 더욱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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