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진출 나선 카카오뱅크, '경쟁 우위' 자신감 배경은
메신저 '위챗' 활용 고객 유치 기대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8일 06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카카오뱅크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카카오뱅크가 태국 가상은행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을 포함해 3곳의 컨소시엄이 경쟁하고 있다. 태국 중앙은행은 오는 9월19일까지 신청서를 접수받고, 2025년 상반기에 최종 선정자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컨소시엄간 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중국 위뱅크가 고객 유치를 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태국 왕실이 주요 주주로 있는 'SCBX'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2곳의 컨소시엄 역시 특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국 가상은행 설립에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을 포함해 3곳의 컨소시엄이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8월까지 태국 중앙은행에 가상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24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태국 시암상업은행(SCB)과 카카오뱅크가 참여하고 있는 태국 가상은행 컨소시엄에 중국 '위뱅크'가 추가로 합류했다"며 "태국 중앙은행이 지난 3월 가상은행 인가 신청서 접수를 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3사가 협의해 오는 8월까지 인가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플랫폼 활용 '록인' 기대…태국 왕실, SCBX 주요 주주


SCBX, 위뱅크가 참여한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태국 가상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 중 유일하게 두 곳의 인터넷은행이 참여한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태국 가상은행을 설립하면 메신저 플랫폼을 활용해 록인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카카오뱅크는 국내 1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2300만 고객과 저금통, 모임통장, 26주적금 등 비대면 상품을 다수 만들고 흥행시킨 바 있다. 카카오뱅크가 만들어온 다양한 비대면 상품을 현지화해 만들면 가상은행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분석이다. 위뱅크도 중국의 인터넷은행이다. 총 고객수는 3억5000만명, 일 거래수는 7억900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태국 가상은행도 인터넷은행인 만큼 카카오뱅크와 위뱅크처럼 메신저를 활용하면 고객 유치와 고속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메신저는 일상생활에서 밀접하게 이용하는 만큼 고객 유치를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 실제로 카뱅은 모회사인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성장했고 위뱅크도 모회사 텐센트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과 QQ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위챗이 이미 태국에 진출해 있고 태국인 고객이 많아 위챗으로 고객 유입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챗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록인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아울러 고객들의 '앱 사용 패턴'이나 'ux/ui 선호도' 등 현지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에도 용이하다.


중국이 태국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계 태국인 수가 많아 중국 기업이 고객 유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태국에 거주 중인 중국계 태국인 수는 약 700만명으로, 전체 태국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SCBX가 태국 왕실이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라는 점도 인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SCBX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로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SCB을 포함해 카드X, 이노베스트X 증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데 SCB는 아시아 10위권에 랭크돼 있는 대형 은행이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와 증권 등 비금융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어 다른 금융사와의 협업도 노릴 수 있다. 


◆ 앤트그룹·걸프에너지 컨소시엄도 특색 갖춰 


다만 태국 가상은행에 도전하는 다른 2곳의 컨소시엄도 특색을 갖추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중국 앤트그룹은 태국 최대 이동통신사 트루코퍼레이션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앤트그룹 컨소시엄은 금융과 통신의 협업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앤트그룹은 중국 핀테크 대기업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알리페이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리페이가 국제적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만큼 가상은행 설립 시 초기에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루코퍼레이션은 현재 가입자 수가 5190만명에 달하는 최대 이동통신사다. 가상은행 설립 시 트루코퍼레이션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통신업과 금융업은 업계 특성상 고객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통신업은 대다수 국민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금융 데이터와 결합하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기 용이하다.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만큼 모바일 앱 등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ICT 서비스 운영 노하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통신기술과 금융투자 등 차세대 기술인 AI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신한은행은 KT, 하나은행은 SKT와 지분을 교환해 상품 개발 등 협업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1곳인 태국 전력회사 걸프에너지도 이동통신사 AIS, 태국 크룽타이은행(KTB) 등과 손잡고 가상은행 입찰을 준비 중이다. 우선 걸프에너지는 바이낸스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는 등 금융업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상은행 설립 시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협업을 통해 수수료 수익과 고객 유치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KTB는 태국 국영은행으로 아시아 9위권에 랭크된 대형 은행이다. 태국 내 지점을 1000개 이상이나 두고 있어 편리한 은행으로 평가받는다. 지점이 없는 가상은행이 고객 응대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걸프에너지는 이동통신사와도 손을 잡았다. AIS는 걸프에너지 자회사로 트루코퍼레이션에 이은 2위 이통사인데 모바일 가입자 4460만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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