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하림지주가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한 미국법인에 또 다시 자금을 수혈했다. 하림그룹은 과거부터 하림USA를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회사는 적자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본체인 하림지주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올해 2월 하림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출자 규모는 93억원(29만1667주)다. 하림지주의 지분율은 57.05%에서 58.74%로 상승했다.
이번 유증에는 하림지주만 참여했다. 그룹 계열사를 총동원해 지원사격에 나섰던 과거와 대비된다. 지난 2019년 하림과 하림지주, 2020년에는 선진, 팜스코, 엔에스쇼핑까지 하림USA 유증에 참여하며 전방위 지원에 나섰었다. 당시 사업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팬오션도 308억원을 쏟아부으며 미국법인 살리기에 동원됐다.
하림USA는 육계사업을 하는 미국 내 지주회사다. 하림은 2011년 미국 육계가공 업체인 알렌패밀리푸드(현 알렌하림푸드, Allen Harim Foods)를 인수하며 현지시장에 진출했다. 알렌하림푸드 등을 관리할 미국 지주사를 설립해 미국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 현재 육계 생산 및 가공을 하는 알렌하림푸드(지분 100%)와 하림 밀스보로(Harim Millsboro) 두 곳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 밀스보로의 경우 진행 중인 사업은 없는 상태다.
하림은 일찍이 미국시장에 진출했으나 성과는 참담하다. 하림USA는 2010년대 중반부터 만성적자에 빠졌으며 최근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1371억원, 2021년 328억원, 2023년 383억원 등 거의 해마다 적자를 냈다. 2022년 한 해에 5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다시 적자 규모가 커졌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완전자본잠식에도 빠졌다. 2020년 -24억원, 2021년 -34억원이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35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규모가 커졌다. 이번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자본잠식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시장에선 관측하고 있다.
하림USA의 만성적자는 하림지주의 재무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하림USA와 관련한 209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0년에는 44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하기도 했다. 손상차손은 투자자산의 시장 가치가 하락해 자산의 미래가치가 장부가격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을 때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더해 하림USA에 대한 하림지주의 지급보증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390억원 수준이던 지급보증 규모는 올해 1분기 1725억원까지 늘었다. 하림USA의 채무상환능력이 없는 만큼 미국사업 부진은 하림지주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하림지주 관계자는 "계속된 설비투자와 육계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으로 손실이 컸다"며 "향후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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