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전 세계를 다 둘러봐도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만큼 균형이 잘 잡힌 곳은 없어요."
지난 16일 만난 양정규 지유투자 대표(사진)의 말이다. 양 대표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기계·전자·전기·화학 등 각 분야별로 고르게 발전해 있다"며 국내 관련 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때 '바이오' 열풍이 불었던 벤처캐피탈(VC) 업계는 최근 들어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유투자는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기술 분야 투자처를 7년간 꾸준히 발굴해온 VC로 유명하다. 반도체 관련 '인기 포트폴리오'를 선점해오면서 요즘 다수의 심사역들이 이 회사의 투자현황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유투자는 아주IB투자 대표직을 10년간 역임한 양정규 대표가 2017년 설립한 유한책임회사(LLC)형 VC다. 이강운 전무, 조장호 상무, 김인용 부장 등 핵심운용인력들이 과거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을 지니고 있어 설립 초기부터 반도체 부문 투자에서 강점을 가진 VC로 평가 받았다.
명성과 걸맞게 회사 운용펀드 중 하나인 지유반도체성장투자조합(273억원)은 올해 1분기 기준 원금의 250%를 회수한 상태다. 지유반도체성장투자조합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진행한 출자사업에서 지유투자를 위탁운용사(GP)로 선정해 2017년 결성한 펀드다. 만기일은 내년 8월이다.
지금까지 회사가 투자한 기업 중 가장 높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실적을 세운 포트폴리오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전문기업 티이엠씨(TEMC)다. TEMC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가스를 자체 기술력으로 국산화해 경쟁력을 키웠다.
지유투자는 지유반도체성장투자조합과 지유과학기술일자리창출투자조합(160억원)을 활용해 TEMC에 총 30억원을 투입했다. 양정규 대표는 "최초 투자한 2019년 이후 3년 만에 멀티플(투자배수) 9배를 달성한 포트폴리오"라고 설명했다. TEMC는 지난해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양 대표는 향후 좋은 실적을 기대하는 포트폴리오로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포인투테크놀로지를 꼽았다. 포인투테크놀로지의 주력 상품은 데이터센터용 케이블 'E-튜브'와 광통신용 반도체 칩 '레인지 익스텐더'다.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유용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특히 양정규 대표는 "포인투테크놀로지는 몰렉스 등 미국 주요 기업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현재 포인투테크놀로지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지유투자는 2019년 지유반도체성장투자조합과 지유과학기술일자리창출투자조합을 통해 포인투테크놀로지에 총 2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지유투자는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출자사업에 공모해 300억원 규모의 펀드 1개를 추가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운용펀드는 총 6개로 운용자산(AUM)은 1063억원이다.
양정규 대표는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다루는 리벨리온에 이미 투자한 상태라 하드웨어 쪽으로는 온디바이스 AI용 반도체에 주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AI를 활용한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쪽으로도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조업계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따라 중화학, 가전·디스플레이, 무선통신·인터넷, AI 등 흐름이 바뀌어왔다"면서 "VC들은 우수한 기술력으로 대기업들이 주목하는 산업과 연관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제공하는 벤처기업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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