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위축 탓 '조 단위' 빅딜 사라져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2024년 1분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위축된 모습을 보이며 거래 금액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조 단위' 빅딜도 1건에 불과했다.
1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M&A 시장에서 총 139건(잔금납입 완료 기준)의 딜이 성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딜 건수는 작년 동기(134건)에 비해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거래 총액은 23조1265억원에서 13조5395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통상 1분기에 종료되는 거래의 경우 딜 공표는 전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M&A 시장이 크게 경색된 것이 올해 1분기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래 규모가 클수록 공표일부터 잔금납입 완료까지 긴 시간 소요되는 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시장 관망세를 취하면서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조 단위' 빅딜은 단 한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기업 간 인수합병이 아닌 오너일가의 지분 블록딜 건이었다. 홍라희‧이부진‧이서현 등 삼성가(家) 세 모녀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딜로 총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세 모녀는 지난 1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보통주 2982만9183주(약 0.5%)를 블록딜로 매각했다. 1월10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7만3600원) 대비 1.2~2.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만 법률자문사로 참여했는데, 김앤장은 이 한 건의 거래로만 올해 1분기 실적(8조8829억원)의 30.4%를 채울 수 있었다.
그나마 1조원에 가까웠던 딜은 글랜우드PE가 프랑스 화학회사 아케마에 PI첨단소재를 매각한 건이다. 매각금액은 9732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 기업 간 거래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딜 공표는 지난해 6월에 이뤄졌지만 잔금납입이 올해 1분기에 마무리되면서 1분기 M&A 리그테이블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딜은 글랜우드 PE가 한 차례 계약 파기 후 재매각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M&A 거래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선 것도 단 2건에 그쳤다. 로터스 테크놀러지(Lotus Technology)의 신주 인수 건(6645억원)과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5485억원) 건 등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대내외 불안정한 경영 환경 탓에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100억원 내외의 소규모 딜이 많아 건수는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거래 규모에서 확연한 차이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금리인하 가능성 등 작년보다는 M&A 시장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1분기 이후 시장 규모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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