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국적선사'의 무게감
국가 해운업 발전 고려한 새 주인 찾아야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0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HMM)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3면이 바다이고 남북이 분단돼 있어 지정학적으로 도서국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해운산업은 대체불가능한 교역로다. 하루에 수백척 이상의 선박들이 한국의 항만을 드나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수출입 대부분은 해운을 통해서 이뤄진다.


해운이 멈추면 기름이 없어 자동차가 멈추고 가스가 없어 난방이 되지가 않는 등 국가 산업 전반이 흔들린다. 그만큼 해운산업이 우리나라를 책임지는 중요한 기간산업이라는 말이다.


이 같은 해운산업에서 HMM 매각 불발 이슈는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하림그룹 계열회사인 국내 2위 해운기업 팬오션과 재무적 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의 경영권 이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채권단인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과 7주간의 치열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하림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HMM 지분 57.9% 인수전에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었다.


양측이 가장 각을 세웠던 부분은 '공공성'이다. 하림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나면 영구채만 보유한 최대 채권자일 뿐이니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산은과 해진공 측은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큰 만큼 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을 감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맞섰다.


하림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매각 측도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매각 측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해운업 붕괴와 수출입 물류난을 겪었던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한민국은 국적선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이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HMM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국내 수출기업이 해상운임 상승과 선적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HMM이 선박을 조정하거나 재배치하며 적극 지원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최근 홍해해협 사태에서도 HMM은 국적선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홍해해협 통항 민간선박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주요 해외 선사들이 홍해해협 운항 중단을 발표하자 HMM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북유럽 노선에 1만1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1척과 지중해노선에 4000-6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3척을 임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적선사 선박의 가용 공간에 한국발 물량을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중소기업에는 화주 수요를 바탕으로 선복(선적 공간)이 부족한 항로에 집중적으로 전용 선적공간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위해서다.


국적선사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국가에 선적을 등록하고 운영하는 해운기업을 말한다. 국가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HMM은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위해 노력하는 '국가대표'와 다름없다. 국가대표 기업의 매각은 '언제' 되느냐보다 '누구'에게 팔리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새 주인 찾기에서 국가 해운업 발전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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