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회사가 신형 갤럭시 S시리즈를 통해 강조한 가치는 '소통'이다. 갤럭시 스마트폰 1대만 있으면 언어나 문화, 세대 등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손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AI로 구현한 핵심 기능 역시 실시간 통번역이다.
갤럭시 S24는 세계 각국 총 13개 언어에 대해 음성(전화)이나 글자 통·번역을 지원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는 3개 카테고리(미국, 영국, 인도)로 세분화해 통역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성 파일이나 사진에 들어가 있는 외국어도 손쉽게 번역할 수 있었다.
우선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깔려 있는 녹음 앱에 들어가 음성 파일을 업로드한 뒤 글자로 변환한다. AI가 스크립트를 받아 적은 음성 파일에 번역 기능을 적용하면 번역 작업이 끝난다. 변환된 스크립트가 너무 길다면 요약 페이지를 눌러 핵심 내용만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바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켜고 외화 영화 음성을 녹음해봤다. 녹음 파일의 영어 스크립트를 받아보고 한국어로 번역하기까지는 별도로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멤버십 서비스 등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다. 타사 생성형 AI 서비스만큼은 아니었지만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할 필요 없다는 게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등장인물이 사투리를 사용하는 국내 드라마도 녹음 후 스크립트를 받아봤다. 표준어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일부 한국어 사투리 정도는 알아 듣는 똑똑한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음성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인 결과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거리에서 만난 간판이 외국어로 쓰여 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글자를 인식, 번역 아이콘을 누르면 된다. 과거 세미나 취재에서 받았던 발표 자료를 찍어 번역을 돌려봤다. 기술적인 용어를 번역하는 것도 거침없었다.
사진 위에 바로 한국어로 번역된 글자를 띄워주기 때문에 혼선이 생길 여지도 적었다. 구글링을 하다 만난 외국 웹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앱에서 바로 번역을 진행하면 웹사이트 글자들을 1초 안에 한국어로 바꿔줬다.
통번역한 내용이 어색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갤럭시 AI는 글이 길어질수록 소위 '번역투'라고 부르는 딱딱한 문장을 구사했다. 발화자의 발음이 뭉개졌거나 대화가 빨라지는 경우에는 일부 단어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구글 번역기 등 여러 인터넷 번역 서비스 초기처럼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통번역의 질이 들쭉날쭉한 경우는 없었다.
실시간 통역을 비롯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에 탑재한 갤럭시 AI 서비스는 서클 투 서치(카메라 검색), 노트 어시스트(글자 요약), 포토 어시스트(사진 편집) 등 총 4개로 축약됐다. 일주일 동안 갤럭시 S24를 사용해 본 결과 기능 대부분이 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만난 장벽을 허무는 데 집중돼있다. 지난달 언팩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사용자에게 갤럭시 S24는 '세상이 확장'되는 경험이었다.
시리즈 중 최고 사양인 울트라 제품을 기준으로 기기 하드웨어는 전작과 큰 변화가 없다고 느껴졌다. 갤럭시 S24 울트라와 갤럭시 S23 울트라 간 패널 크기와 무게, 해상도, 배터리 용량 차이는 사실상 미미했다. 다만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상향되면서 비디오 시청 시 배터리 사용 시간은 소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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