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오는 2월 5일 공고 예정인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앞서 주요 변경사항을 공개했다.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위탁운용사(GP)가 펀드 결성계획을 조기에 자진철회할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지 않는 등 파격적인 조건들이 포함됐다.
중기부는 3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모태펀드 관련 벤처투자업계 간담회'를 열고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오기웅 중기부 차관과 이권재 벤처투자과장이 직접 참여해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 1분기 9100억 출자…"회수재원 최대한 활용"
중기부는 올해 모태펀드 출자예산으로는 910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본예산 4540억원에 회수재원 4560억원을 보태 9000억원 넘는 규모의 마중물을 마련했다. 중기부 몫으로만 9000억원 상당의 출자재원을 마련한 건 꽤 오랜만이라는 게 오 차관의 설명이다.
확보한 출자재원은 내달 진행할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전부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임시 도입하는 '결성철회 패널티 삭제'를 고려해 출자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 것으로 파악된다. 매칭(matching) 자금 확보에 애를 먹었던 운용사들 입장에선 파격적인 조건이다.
오 차관은 "올해도 여전히 출자자(LP) 모집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펀드 결성계획을 조기에 자진철회하는 GP에는 패널티를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다른 운용사가 GP 자격을 이어받아 자펀드를 최대한 빨리 결성할 수 있도록 돕고, GP 자격을 반납한 운용사도 다른 출자사업에 재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출자 분야로는 ▲청년창업 ▲여성기업 ▲재도약 ▲스케일업 ▲스타트업코리아 ▲지역혁신 ▲창업초기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등이 거론된다. 모태펀드 출자 비중은 30~60% 수준으로 기한 내 펀드를 결성할 수 있는 '자금 모집 역량'이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활발한 투자를 단행한 운용사에는 약속대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약정총액과 투자잔액 비율을 정량적으로 환산해 기준을 넘은 운용사를 우대하는 게 골자다. 오 차관은 올해도 모멘텀이 필요한 만큼 이 같은 우대 혜택을 내년도 출자사업까지 유지하겠다고 부연했다.
◆ 루키·세컨더리 확대 및 애로사항 개선
중기부는 신생 운용사의 등용문인 '루키리그'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체 예산의 10~15%를 루키리그 출자금으로 배정하고, 출자계획을 거꾸로 제안 받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도입할 전망이다. 대략 1000억원 안팎의 출자금을 내려주는 규모다.
오 차관은 "기존 운용사들이 투자하고 있지 않은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영역을 찾아 제시할 경우 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목표가 확실하고 세분화된 제안이 많다면 루키리그 출자 비중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전체 벤처투자 시장 규모에 비해 세컨더리 시장 규모가 작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힘을 보태겠단 입장이다. 더욱이 최근 주식 시장 침체와 파두 사태 등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길이 좁아진 만큼, 세컨더리펀드 확대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밖에 모태펀드 관리 규정도 손보겠다고 했다. 팬데믹 시기 일부 개정했던 규정들을 '국제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으로 원상복구하는 게 골자다. 대표적으로 관리보수 지급 기준이 원래대로 돌아올 전망이다. 이전처럼 펀드 약정총액의 보수율을 곱해 관리보수를 책정하는 방식을 재도입한다. 투자잔액에 따라 관리보수를 책정하는 인센티브 제도는 철폐한다.
사후관리위원회도 구축하기로 했다. 벤처투자법 개정과 선진화된 투자 기법 도입에 따른 애로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운용사가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패널티를 통보받는 일을 줄이기 위해 사후관리위원회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의견을 받아 들여 '청산 기한 연장'과 '손상차손 가이드라인 보완'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오 차관은 "이미 해산한 펀드의 경우 청산 시점을 앞당기라고 압박할 필요가 없고, GP입장에서도 당연히 최대한 우호적인 회수전략을 펼 것"이라며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청산 기한 연장에 대한 긍정적인 협의를 하겠다"고 전했다.
손상차손 가이드라인과 관련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건 아직 폐업한 포트폴리오사가 아닌데 회계상 감액 처리로 인해 운용사가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라며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졌더라도 펀딩을 받아 경영 개선 여지가 있는 경우라면 관리보수 삭감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오 차관은 또 "올해는 한국벤처투자가 GP 선정 후에도 자펀드 결성을 위한 사후관리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며 "LP들과의 공동 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해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을 적극 지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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