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같은 침상에서 자도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두 개체가 같이 움직여도 생각은 달리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에서 주로 사용한다.
최근 28㎓ 새 주인을 찾아 헤매는 정부와 제4이통사 자리를 노리는 후보 3사의 관계가 그렇다. 심지어 서로 엇갈린 사업방향과 재무적 불확실성을 공유하면서도 동행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부는 9일 28㎓ 후보 3사 ▲세종텔레콤 ▲스테이지파이브 ▲미래모바일을 대상으로 주파수 할당 적격 판정을 내렸다. 전파법·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 결격 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정부는 수익성 사유로 기지국 구축 기준에 미달한 이통 3사의 28㎓ 주파수를 회수 조치하며 '통신비 인하·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제4이통사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내린 적격 판정은 당초 내세운 B2C 기조와 정반대 결과다. 앞서 후보 3사는 전국망 구축·운영 등 막대한 추가 투자비용이 드는 B2C 대신 특정 지역·산업 맞춤 B2B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공공성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사업만을 영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계륵 신세로 전락한 28㎓ 주파수를 어떻게든 할당·운영하기 위해 '선(先) 할당, 후(後) 규제'라는 자충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 업체로만 구성된 후보 3사가 향후 자금 문제에 빠지게 되면 재정·사업적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에게 전가될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 이번 적격 심사에선 재정·기술적 실질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기간통신사업 진입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됨에 따라 주파수 할당이 곧 재정적 능력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후보 3사 중 경매간 가장 많은 돈을 출자하는 회사가 재정적 심사 없이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전 총 7차례 이뤄진 제4이통사 허가 심사에선 대부분 업체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탈락한 이력이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기지국 구축 의무만 해도 최소 2000억대에 육박하는 자금이 필요하고 기존 이통 3사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위해선 최소 3조원의 초기 자본금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장 1조원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전무하다. 오히려 후보 3사 모두 수년째 이어지는 실적난에서부터 자본잠식까지 재무 구조가 지속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스테이지엑스가 재무적 투자자인 신한투자증권 등과 협력으로 8000억원 조달에 성공하며 기지국 구축 이상의 운영비를 확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에서 제시하는 최소 자본금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사업적·재정적 측면 어느 곳에서도 부합하는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 정부가 주도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식 사업 계획에 후보 3사의 견리망의(見利忘義)식 행보만 돋보이는 모양새다. 정부와 후보 3사의 불안한 동침이 공멸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28㎓ 사업을 구상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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