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롯데쇼핑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통사업 전반의 수익구조가 약화됐지만 여전히 우수한 시장지위를 보유하며 사업안정성을 지지해주고 있단 이유에서다. 아울러 최근 높아진 차입부담도 대규모 점포에 기반한 자산담보력을 기반으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신평은 정기평가를 통해 롯데쇼핑의 제98-1과 98-3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직전과 동일한 AA-(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도 역시 A1등급을 부여하며 변동을 주지 않았다.
한신평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유지한 배경으로 ▲유통업태 내 우수한 시장지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실적 저하 후 회복세 전환 ▲우수한 대체자금 조달력 등을 꼽았다.
롯데쇼핑은 현재 백화점(롯데백화점)과 대형마트(롯데마트), 슈퍼(롯데슈퍼), 전자제품전문점(롯데하이마트), 홈쇼핑(롯데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하며 각 사업별 우수한 시장지위를 가져가고 있다. 이는 구매교섭력 제고와 규모의 경제 시현을 통해 사업안정성을 단단히 지지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사업 전반의 수익성이 약화됐지만 최근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신용도 유지의 발판이 됐다.
실제 롯데쇼핑은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연결 영업이익이 2076억원에 그쳤지만 작년 엔데믹 전환을 기점으로 눈에 띄는 이익 회복에 나서고 있다. 견조한 명품 수요로 백화점이 수익 개선을 주도하는 가운데 할인점과 슈퍼의 저수익 점포 정리 등 고강도 구조조정 효과를 본격화하면서다.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060억원을 달성하며 이미 2021년 연간 이익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서민호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온라인채널 성장과 고정비용 부담 확대로 주요사업의 수익기반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면서도 "다만 작년부터 백화점의 견조한 명품 수요 효과와 더불어 판매믹스 개선, 비용절감 등을 바탕으로 이익창출력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도 롯데쇼핑의 차입부담은 높은 수준이지만 대규모 점포에 기반한 자산담보력이 튼튼해 단기자금 소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롯데쇼핑이 1년 내 지출해야 할 단기차입금 상환액과 자본적지출(CAPEX), 배당 및 이자비용 등을 합하면 약 6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반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이 회사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이 약 2조5000억원에 그치고 있고,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창출현금 규모를 감안해도 소요자금을 모두 충당하기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롯데쇼핑은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대외신인도를 바탕으로 만기도래 차입금을 상당부분 차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미사용 여신한도와 풍부한 자산담보력이 재무융통성을 보강하고 있어 단기자금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신평 관계자는 "유통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부담 등을 감안할 때 단시간 내 롯데쇼핑이 재무부담을 경감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보유부동산과 투자지분에 기반한 우수한 대체자금 조달능력이 불안한 재무안정성을 보강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