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홈쇼핑, 지주엔 '효자' 쇼핑엔 '아픈 손가락'
[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롯데홈쇼핑이 주력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지주에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지주가 보유한 부지·건물 매입을 통해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을 줬지만 막상 본업에선 수익성 감소로 롯데쇼핑의 연결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는 까닭이다.
롯데홈쇼핑은 앞서 7월 현재 이용 중인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사옥과 해당 토지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는 해당 부지와 건물에 대해 각각 64.6%,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롯데홈쇼핑은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약 13년간 장기임차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롯데홈쇼핑의 이 같은 결정이 주목받게 된 건 롯데지주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화학 부문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데다 소비 둔화로 유통 부문 역시 성장 정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등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한 탓에 롯데지주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됐다. 실제 올 6월말 기준 롯데지주의 부채비율은 131.2%로 전년 동기 대비 12.8%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홈쇼핑이 양평동 사옥을 매입하자 롯데지주는 1317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롯데홈쇼핑은 작년 말에도 롯데건설에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여해준 바 있다.
문제는 롯데홈쇼핑이 지주엔 단비가 되고 있지만 본업 부진에 따라 롯데쇼핑의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단 점이다. 실제 올 3분기만 봐도 롯데홈쇼핑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어든 2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 8월부터 새벽방송이 재개됨에 따라 실적 회복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TV 시청 감소에 따른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것. 이에 롯데쇼핑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역시 1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다.
시장에선 롯데홈쇼핑이 단기간 내 수익성을 개선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롯데쇼핑의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단 반응 일색이다. TV시청 감소에 따라 홈쇼핑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 악화됐단 이유에서다.
시장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 위기는 TV시청 감소가 근본 원인"이라며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홈쇼핑을 통한 구매가 꾸준히 줄고 있어 반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홈쇼핑은 올 8월 새벽방송 재개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매출과 영업익 모두 악화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으로 홈쇼핑 부문이 롯데쇼핑의 효자 역할을 했지만 이젠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은 곳간도 풍부하고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라 그룹 계열사 지원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다만 당분간 수익 측면에서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캐시플로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홈쇼핑 업체들은 콘텐츠 확대, IP등 신사업 진출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 수익 반등을 이루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양평동 건물 매입은 지주 지원이 아닌 근무환경 개선, 임차비용 절감에 따른 손익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결과"라며 "향후 상품 경쟁력 강화, 신사업 확대 통해 수익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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