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코앞까지 온 완전자본잠식 어쩌나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전자랜드가 자본잠식의 수렁에 단단히 빠졌다. 매년 막대한 결손금이 발생하며 출자금(자본금)을 갉아먹은 탓이다. 회사 측은 과감한 고정비용 감축 등의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전자랜드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함께 적극적인 자본확충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전자랜드 운영사인 SYS리테일은 2012년 처음으로 자본잠식 구간에 들어섰다. 당시 이 회사의 출자금은 580억원이었는데 264억원의 미처리결손금이 이월되며 자본총계가 2011년 648억원에서 38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SYS리테일은 12년째 단 한번도 자본잠식의 굴레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본잠식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작년 SYS리테일의 자본총계는 102억원으로 직전 해 344억원 대비 불과 1년 만에 70.3%나 쪼그라들었다. 이 회사의 출자금이 583억원임을 고려하면 자본잠식률은 83%에 달한다.
이는 순적자 영향이 컸다. SYS리테일은 작년 243억원의 순적자를 내며 전년 35억원의 흑자 대비 무려 278억원의 낙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 순이익을 기초로 한 결손금 역시 같은 기간 302억원에서 545억원까지 확대되며 자본잠식률을 끌어올렸다. 이에 시장에선 SYS리테일이 올해도 작년 수준의 순적자를 기록한다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랜드의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19) 발발과 함께 이커머스의 성장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확산으로 판매 채널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가전양판점인 전자랜드의 사업은 크게 휘청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여기에 고금리 등으로 소비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부분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자랜드의 수익 개선과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디폴트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전자랜드는 고정비용 절감과 유료회원제사업 도입 등을 통한 수익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작년 판관비용은 1894억원으로 전년 2118억원 대비 10.6%나 줄어들었다. 주요항목을 보면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가 371억원에서 177억원으로 52.3% 크게 줄었고, 인건비 역시 481억원에서 467억원으로 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랜드는 사업운영에도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가전양판점 최초로 유료회원제 매장을 시도 중이다. 지난 5월 인천 계양구에 '랜드500' 작전점을 시작으로 현재 15개점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랜드500은 전자랜드가 엄선한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등 500가지 상품을 파격적인 혜택으로 판매하는 매장이다. 소비자들은 유료회원제인 '랜드500 클럽'에 가입하면 온라인보다 더 저렴하거나 비슷한 가격대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자랜드는 이번 사업으로 충성고객을 늘려 매출과 이익을 동반 확대한다는 목표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현재 부분자본잠식 상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흑자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올해부터 추진 중인 유료회원제 매장 운영으로 매출과 이익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역시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꾸준히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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