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전통적으로 4분기에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 수가 많다.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던 기업들이 뒤늦게 거래소 심사 승인을 받고 공모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이에 통상 10월 중순부터는 기업 2~3곳의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는 일이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IPO 흥행 참패라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시장의 유동성(현금)은 한정돼 있는 탓이다. 공모 희망가격(희망밴드)을 밑도는 가격에서 몸값(시가총액)이 책정되는 일은 다반사고, 일부 기업은 청약 수요 부족 속에서 IPO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지난해 밀리의서재가 대표적이다. 밀리의서재는 작년 11월 IPO에 나섰지만, 청약 부진 속에서 상장 계획을 철회했었다. 최근에야 IPO '재수' 끝에 증시에 입성할 수 있었다.
올해는 이런 IPO 부침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연내 IPO를 추진하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 수만 20곳이 넘는다. 고금리 여파로 주식 발행 외에는 마땅한 자금 조달 수단이 없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IPO 추진 움직임이 거세다.
하지만 기업들의 사정과 달리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상황에서 하반기 주가 지수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 이달 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여파로 국내외 증시 모두 부침을 겪었다.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초반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즉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공모주 청약에 나서도 상장 이후 주가 수익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환경이 조성돼 있다. 투자심리가 낮아진 탓에 올해 4분기 기업별로 IPO 공모 결과의 희비는 더욱 크게 교차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결과적으로 증시 입성을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IPO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기업들별로 구주매출을 줄이거나, 재무적투자자(FI)들의 협조 속에서 상장 직후 유통가능한 주식(오버행) 수를 줄이는 등 분주하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는 정공법이 최선이다.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들이 IPO 몸값 욕심을 내려 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공모가 기대치를 낮추고, IPO를 진행해야 한다. 시장 불황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은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공모주)을 할인해 판매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 오너와 대표 입장에서는 몸값 욕심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오랜 기간 회사 성장을 위해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고슴도치 자식 사랑'처럼 기업의 몸값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다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회사의 성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금리 상황이 예상 보다 더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최근 국내외 투자은행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자칫 이번에 IPO에 실패할 경우 상장 재도전을 모색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가혹한 조건(이자)에서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잠깐의 IPO 몸값 욕심이 향후 기업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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