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칩코노미
애플에 스며들어있는 AI
- S9 탑재한 애플 워치, 3나노 A17 Pro 탑재한 아이폰 15
- 뉴럴 엔진 강화로 온디바이스 AI 성능 증대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5일 22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 = 애플 홈페이지


[딜사이트 우세현 기자] 가장 조용한 혁신


올해 내내 AI라는 테마는 미국 증시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AI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AI와 조금씩은 연결고리를 마련했을 정도였죠. 일례로 12일(현지시간) 코카콜라는 새로운 맛의 한정판 탄산음료인 코카콜라 Y3000을 출시했는데요. 이 맛을 탄생시키기 위해 AI를 사용했다고 밝혔죠. Y3000이란 이름도 3000년이 되었을 때의 그 미래적인 맛을 엿본다는 의미로 붙여졌으니 AI, 미래 기술 등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이 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코카콜라까지 AI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가운데 유독 AI와 관련해 잠잠했던 기업이 있는데요. 바로 세계 최대의 기업 애플입니다. 유독 애플만큼은 빅테크들 중에서 AI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요.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이 기업이 AI라는 혁신에서만큼은 뒤처졌던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가 이전 영상에서도 한 번 말씀적 있는데요. 애플은 일찍이 AI 분야에 진출해 있었어요. 올해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신제품 '비전 프로'에 주목하고 있을 때, 이 기업은 이면에서 AI 기술을 수차례 언급했습니다. '머신러닝', '트랜스포머',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개발자들의 언어로 말이죠.


애플, AI며들다


이렇듯 남몰래(?) AI 역량을 꾸준히 키워오던 애플입니다. 그리고 12일(현지시간) 이 기업은 아이폰 15 시리즈와 애플워치 9 및 울트라 2를 새로 공개했는데요. 이번에도 AI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제품 곳곳에 AI가 스며들어 있었어요. 제품의 기본적인 기능을 향상시키고자 말이죠.


워치, 보다 똑똑. 보다 또렷. 보다 강력.


우선 애플 워치에서의 AI 활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특성상 워치는 디스플레이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버튼도 몇 개 부착하기 어렵고요. 손목에 스마트폰만 한 기기를 차고 다닐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죠. 이는 곧 사용자가 기기를 손으로 조작하는 데에 있어 한계가 명확함을 의미합니다. 손으로 조작하기 번거로운 기기와 AI가 결합되었을 때 사용성이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는 자명합니다.


이번에 출시된 애플워치 9에는 새로운 S9 SiP 칩이 탑재됐는데요. 여기에는 4코어 뉴럴 엔진이 포함돼 있습니다. 뉴럴 엔진이란 애플 반도체에서 사용되는 전용 하드웨어 회로인데요. 머신러닝, 추론, 이미지 인식, 모션 인식 등 AI 추론 연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페이스 ID를 사용할 때, 아이폰이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알아볼까요? 아이폰의 트루뎁스 카메라는 사용자의 얼굴에 수 천 개의 점을 투사해 심도 맵을 그리는데요. 이런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뉴럴 엔진이죠.


다시 워치로 돌아와서. 그래서 이 뉴럴 엔진이 워치에서는 어떤 기능을 수행하느냐? 먼저는 애플워치 시리즈 최초로 시리의 온디바이스 구동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의 워치는 와이파이, 셀룰러 네트워크,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 등 어떤 종류든 네트워크 연결이 있어야만 시리의 사용이 가능했는데요. 워치 9부터는 이 작은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AI가 운영되게끔 바뀐 겁니다. 또한 시리의 음성 인식 정확도도 워치 8 대비 25% 향상됐어요.


온디바이스 AI는 애플의 강력한 보안 정책과도 연결됩니다. AI를 운영하고, 이 가운데서 활용되는 각종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가 다른 기기로 전송되지 않고 내가 사용하는 워치에만 머무르는 것이니 말이죠. 요즘엔 워치를 사용해 신체 정보를 수집하는 등 건강 관련 기능을 사용하는 분들도 많이 늘었는데요. 이런 민감성 정보에 대한 보안이 강화된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애플은 이번 워치 9에서 사용자가 허공을 꼬집듯 손가락을 두 번 맞대는 방식의 '더블 탭' 조작 기능을 워치에 추가했어요. 우선 알아둬야 할 점은 이 더블 탭이 완전히 새로운 기능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전부터 '손쉬운 사용 → Assistive Touch → 손 제스처' 설정을 통해 사용 가능한 기능이었죠. 기존의 더블 탭은 '앞으로', '뒤로', '탭' 등 비교적 단순한 기능만 가능했는데요. 이번 S9 칩의 도입과 함께 이 더블 탭 기능의 범용성을 크게 늘어났습니다. 전화 통화 수신/종료, 음악 일시정지, 날씨 정보 불러오기 등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죠.


아이폰 15, 업계 최초 3나노 도입


아이폰 역시 프로세서에서 한 단계 도약이 있었습니다. 아이폰 15 프로와 프로 맥스에서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이 적용된 A17 Pro 칩을 도입한 건데요. 정말 끊임없이 달려 나가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는 애플 실리콘입니다. 새로운 칩 덕분에 게이밍을 비롯해 정말 많은 부분에서 성능 개선이 있었지만, 오늘은 일단 AI에만 집중해 볼게요.


아이폰의 뉴럴 엔진. 이전 모델과 비교해 딱 2배 빨라졌습니다. 아이폰에서 뉴럴 엔진은 앞서 언급한 페이스 ID, 키보드 자동 수정 기능, 퍼스널 보이스(언어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위한 디지털 복제 음성 기능), 저널 등 다양한 AI 기능을 가능케 하는데요. 프로세서 개선으로 기존 AI 기능이 더 빨라진 것과 더불어 이제는 사진에서도 AI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아이폰 유저라면 인물 사진 모드를 한 번쯤은 사용해 보셨을 겁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직접 인물 사진 모드를 활성화해야 심도가 인식되었는데요. 이제는 별도의 조작 없이 기본 카메라 모드에서도 사람을 촬영할 때면 AI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심도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즉, 일반 모드로 사진을 찍더라도 추후에 편집을 통해 자유롭게 인물 사진 모드로 찍은 것처럼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애플은 왜 숨길까?


이처럼 애플의 신제품에는 AI를 사용한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 및 강화되었는데요. 제품 기능 향상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이들은 왜 공식적인 자리에서 AI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피하는 걸까요? 아마도 그것은 AI 붐을 견인한 챗GPT 등 AI가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서버 중심의 인공지능인 것에 반해 애플의 노선은 '온디바이스'이기 때문일 겁니다.


AI는 어디서 프로세싱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구분됩니다. 대형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서버에서 연산이 이루어지는 '데이터센터 AI'. 사적 네트워크 안에서만 운영되는 '온 프레미스 AI'. 마지막으로 최종 사용자가 직접 다루는 기기에서 운영되는 '엣지 AI'가 있죠. 예를 들어 챗GPT라는 AI를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인터넷 연결이 필요합니다. 사용자의 프롬프트를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서버에 전달하면, 서버에서 AI가 응답을 생성해 다시 사용자에게 전송하는 방식이죠.


애플이 표방하는 엣지 AI는 기기 자체에 탑재돼 유저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AI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 연결되지 않아도 AI가 사용 가능하죠. 거대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AI와 비교하면 성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앞서 말씀드린 보안의 측면과 서버 연결 없이도 사용 가능하다는 편리함에서 장점이 있는 방식이에요.


정리하자면 애플의 AI는 최근 시장에서 AI 붐을 견인한 유형과는 거리가 멀어요. 대중이 AI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기대하는 모습과 애플이 제공하는 AI 사이에는 다소 간극이 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애플이 AI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이유는, 채워줄 수 없는 기대를 굳이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함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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