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쉼표가 필요한 HMM 매각
나라 경제와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이니 만큼 경쟁력 키울 확실한 주인 찾기가 우선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6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 '주요 화주들이 뉴스와 리포트 등을 통해 한진해운 '파산절차(bankruptcy proceedings) ' 소식을 접하면서, 현대상선(현 HMM)에 대한 우려도 클 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부채 감축과 출자전환, 자본금 증자 등을 통해 현금흐름이 안정화되고, 금융지불능력을 되찾았다.'


#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한국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주체가 HMM을 인수하길 기대한다."


KDB산업은행(산은)이 HMM과 관련해 2016년 9월 21일과 올해 6월 20일 밝힌 입장이다. 앞단은 한진해운의 수송 부도사태로 HMM에 대한 불신도 커지자 당시 이종철 기업구조조정2실장 명의로 주요 고객사와 화주에게 보냈던 서신의 골자고, 뒷단은 강석훈 회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부분이다.


두 입장을 나란히 놓고 보니 7년여간 산은의 해운업 이해도가 꽤나 높아진 것 같다. 법정관리(court receivership) 중이던 한진해운을 공문서상 파산절차(bankruptcy proceedings)를 밟고 있다고 표기해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불황 끝에 호황을 맞는 해운업 특성까지 고려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여서다. 


사실 산은 입장에선 이번 HMM 딜(Deal)은 여느 매각과 달리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전무결하게 처리하는 걸 최종 목표로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마땅찮은 인수자에게 HMM을 넘겨 일부나마 회복한 해운업 경쟁력이 또다시 뒷걸음질 칠 경우 여론의 뭇매를 장기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실제 한진해운 파산 후 산은은 해운업 경쟁력과 관련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원흉 취급을 받고 있다. 세계 7위 선사이자 국내 물동량의 60%가량을 소화하던 한진해운의 공중분해 트러거를 제공한 장본인이란 이유에서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한진해운 파산은 이 회사의 3000억원 지원 요청을 산은이 거부하면서 초래됐다.


산은 등은 당시 한진해운의 주요 유‧무형자산을 HMM에 이관하면 국내 해운업 경쟁력이 유지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주요 자산 대부분이 여기저기로 흩어진 까닭에 지난 6년 간 9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해운업 경쟁력을 원상회복 시키는데 실패했다. 선복량만 봐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6년 8월 당시 105만TEU에 달했으나 현재 82만TEU에 불과한 상태다.


문제는 HMM 딜에 현재까지 관심을 보인 기업의 면면을 보면 인수 후 온전히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곳들이란 점이다. 우오현 회장이 매각가를 제시한 SM그룹은 물론,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동원·하림‧글로벌세아·LX그룹 모두 사모펀드 등을 재무적투자자(FI)로 영입하지 않고는 인수가 불가능한 까닭이다.


대다수 딜에 FI가 참여하고 있기에 이를 문제시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여기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해운업은 다른 산업과 동일선상에 놓고 보면 안 된다.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남북이 분단돼 있는 환경적‧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국내 수출입 화물의 99.7%가 선박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가 생존과 직결된 안보산업이자 전략 업종이 해운업인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은이 HMM의 연내 매각에 목매지 않길 바란다. HMM 매각은 단순히 한 기업을 팔아 치우는 게 아닌 한국 해운업의 흥망은 물론, 나라 경제와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6년 넘게 국민의 혈세를 HMM에 투입했던 건 차익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국가와 국내 기업의 수출입을 담당할 국적선사가 필요해서였다.


일주일(8월 21일) 앞으로 다가온 HMM 예비입찰에 강석훈 회장의 말대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 해운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한 템포 늦추는 게 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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