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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관공사의 추억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2023.01.18 09:28:13
시간‧노동자 갈아 넣는 시스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6일 07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힐스테이트 과천 중앙'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건설한 복합건물이다. 건물 2개 동에 오피스텔과 오피스, 상가로 구성돼 있다. 분양 당시 과천이라는 입지 조건 덕분에 상당히 인기를 모았던 주거상품이다.

그런데 입주를 앞두고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당초 지난해 9월 말 입주를 해야 했지만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졌고 입주 예정자들은 인근 호텔에서 한 달 간 머물러야 했다. 실제 입주는 예정일을 두 달 이상 지난 12월 초에나 이뤄졌다. 현대건설 측에서는 공사 차질의 원인으로 코로나19와 인근 아파트의 집단민원, 물류대란이 촉발시킨 건설자재 품귀현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꼽았다.


준공일정이 이처럼 미뤄지는 것은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상황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시공사가 현대건설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내 1위 건설사조차도 최근 시장에 널려있는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준공일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건설은 주택건축이든, 토목이든 공사 막판에 돌관(突貫)공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거나 시멘트 타설 등 연속공정이 필요할 때 인력·장비·건자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24시간 작업하는 공사를 말한다. 


노동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날림공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준공일정을 준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왔다. 책임준공을 지키지 못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는 시공사 입장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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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돌관공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단 현장의 노동자들이 기피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임금을 준다고 해도 밤을 새서 일한다는 데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더욱이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나서는 법적으로도 돌관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현대건설조차 이럴 진데, 여타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각종 악재가 중첩된 탓도 있긴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 갈수록 준공 일정이 미뤄진 현장이 수두룩하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공정 지연에 대한 해결책으로 돌관공사를 꺼내드는 것은 적절치 못할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다. 물론 어느 정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준공을 앞둔 현장의 노동시간을 일시적으로 연장할 필요성은 있으나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한 것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임시방편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기에 바쁘다는 핑계로.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유명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지망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이제 10위권 내에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건설사의 여전한 상명하복 문화, 날이 갈수록 낮아지는 건설업종의 수익성, 소위 '노가다판'이라고 불리는 건설현장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등. 웬만한 건설현장에서 젊은이들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실제 공사를 진행하는 이들은 평균 연령이 50~60대에 달할 정도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것은 뉴스도 아니다.


시공사에게 상당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현 체제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빨리빨리'라는 문화 탓에 우리나라의 준공 일정이 유난히 짧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공사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시공사가 입는 타격이 상당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준공을 위해 시간과 노동자를 갈아 넣는 현재의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인근 푸르지오써밋 주민들이 힐스테이트 과천 중앙의 일조권 방해 피해를 항의하는 현수막을 걸어뒀다(제공=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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