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LX그룹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사업에 진출한다. 사명은 'LX벤처스'가 유력하다. LX가(家) 4세인 구형모 부사장이 그룹 미래사업 총책을 맡게 된 만큼 경영성과 쌓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이 새로 설립할 CVC 사명으로 LX벤처스가 거론된다. CVC는 대기업이 출자하는 벤처캐피털(VC)로,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과 모기업 인프라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과거에는 대기업 지주사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VC 지분을 보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제한적 CVC 설립이 가능해졌다.

LX그룹은 지난해 4월 LX벤처스라는 상호에 대한 가등기를 신청했다. 상호 가등기는 변경 예정인 상호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등록하는 것으로,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당초 본등기를 마쳐야 하는 기간은 작년 10월까지였지만, LX그룹은 이 상호의 본등기 기한을 오는 4월로 미뤘다.

CVC는 LX그룹이 LG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구상한 자체 신사업이다. 구체적인 CVC 설립 시점은 알 수 없으나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가등기 연장 기한은 최대 2년이다. LX홀딩스가 늦어도 내년 4월 이전까지 LX벤처스 사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LX홀딩스는 CVC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고, 금융위원회에 신기술금융사 정식 등록을 마쳐야 한다.

재계는 CVC 설립이 LX그룹 후계자인 구 부사장의 승계 발판을 다지는데 기여할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LX그룹 역시 범(凡)LG가의 '장자승계 원칙'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구본준 LX그룹 회장 외아들인 구 부사장(1987년생)을 승계자로 분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한 구 부사장은 LG전자에서 신사업개발팀과 전략기획팀을 거쳤다. 2021년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됐고, 작년 3월 전무가 됐다. 약 7개월 뒤인 11월에는 부사장에 올랐다.

구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장 안팎의 인정을 받을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가진다. 아울러 1951년생인 구 회장이 비교적 고령이고, 재계 전반에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구 부사장은 승진과 함께 LX MDI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지난달 설립된 LX MDI는 그룹의 '씽크탱크' 역할을 맡는다. 그룹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 인재 교육부터 신사업 발굴 등의 임무도 수행한다. 사실상 구 부사장의 손에 그룹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CVC는 전략적으로 벤처 기술과 아이템을 활용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재무적으로는 투자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치트키'다. 투자 성과가 크지 않더라도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구 부사장 역시 적극적인 벤처 투자로 신사업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LX홀딩스 관계자는 "CVC 설립과 관련해 상호나 설립 시기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