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연금펀드의 신흥 강자 반열에 오르는 모양새다. TDF(타깃데이트펀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딛고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심사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상품을 입성시켰다. 차별화한 환(換) 전략과 더불어 올해 TDF를 1순위 과제로 선정하고 사내 역량을 집중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운용은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된 259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가운데 37개 상품에 포함됐다. 이는 운용사에 한정해서 보면 압승을 거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41개)의 다음가는 3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디폴트옵션의 중추에 해당하는 TDF만 놓고보면 한화운용의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운용(91개)에 이어 두 번째 많은 37개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화운용의 TDF는 '올 패스'나 다름 없는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총 7개의 '한화 라이프플러스TDF' 라인업 가운데 6개(2025·2030·2035·2040·2045·2050)가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2020 빈티지의 경우 이미 만기가 지나 이번 디폴트옵션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든 빈티지가 통과된 셈이다.

한화운용은 업계에서 TDF 후발주자격에 속한다. 국내 '빅5'(삼성‧미래에셋‧KB‧한투‧한화) 운용사 가운데 가장 늦게 TDF를 선보였다. 지난 2011년 미래에셋운용에서 국내 최초로 TDF 개념이 가미된 라이프사이클펀드(현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0) 선보인 지 7년이 지나서야 한화 라이프플러스 TDF를 론칭했다. 삼성운용은 이보다 앞선 2016년에 '삼성한국형TDF' 시리즈를 내놨다. 한국투자신탁운용(TDF알아서), 신한자산운용(마음편한TDF), KB자산운용(온국민 TDF)은 한화운용 보다 1년 빠른 2017년 TDF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한화운용이 디폴트옵션 격전에서 괄목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덕분이란 분석이다. 한화운용은 올해 최우선 과제로 TDF를 선정하고 디폴트옵션 입성에 힘을 쏟았다. 연금 관련 조직을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본래 TDF의 운용과 마케팅은 개인솔루션본부에서 전담해 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기능을 세분화해 '솔루션운용본부'와 '채널연금마케팅본부'를 새롭게 꾸렸다. 솔루션운용본부는 TDF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TIF(타깃인컴펀드)는 물론 K리츠 펀드의 운용을 도맡고 있다. 채널연금마케팅본부는 최영진 본부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번 디폴트옵션 입성의 선봉대 역할을 했다.

TDF 운용에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도 한화 라이프플러스TDF의 브랜드 가치 제고에 보탬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운용의 TDF는 환 전략에 있어 하이브리드 전략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위험자사인 주식에 대해서는 환율 변동을 받는 환오픈을, 안전자산인 채권에는 이와 반대로 환율을 고정한 환헷지를 각각 적용한다. 덕분에 올해 글로벌 증시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원화대비 달러가치가 절상되면서 외환(달러) 투자 수익이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화 라이프플러스 TDF의 7개 빈티지는 올해 환율 부문에서 평균 7.61%의 수익률을 보였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와의 긴밀한 소통에 기반한 상품 설계와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며 "자사의 TDF가 덩치가 큰 '공룡펀드' 보다 규모 면에서 열세를 보였음에도 다수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것은 그만큼 상품의 안정성과 수익성이 검증됐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