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2017년부터 롯데홈쇼핑 성장을 이끌어 온 이완신 대표(사진)가 호텔롯데에 둥지를 튼다. 디지털∙마케팅 측면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사인 만큼 내년부터 호텔롯데의 실적 개선 첨병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 IPO(기업공개)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 그룹 이해도가 높은 이 대표를 요직에 앉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호텔롯데 대표로 내정된 이완신 전 롯데홈쇼핑 대표는 1987년부터 35년간 롯데에서만 경력을 쌓은 '순혈 롯데맨'이다.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그는 ▲안양∙강남∙부산∙노원점 점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상품∙마케팅 역량을 인정받아 2017년 롯데홈쇼핑 대표로 선임됐다.

롯데홈쇼핑에서는 탁월한 디지털 역량을 앞세워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캐릭터(밸리곰) 활용, 가상인간(루시) 개발, 쇼핑 플랫폼(와이드, 아이투) 론칭 등 취임 직후부터 '탈 TV' 전략을 고수해왔고, 이는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가 취임하기 전이었던 2016년만 해도 8966억원에 불과했던 롯데홈쇼핑의 매출은 지난해 1조1027억원까지 연평균 4.2%씩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779억원에서 1020억원으로 5.8%씩 늘었다.

시장은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디지털∙마케팅 역량이 탁월한 이 대표가 코로나19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호텔롯데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9년(7조3965억원)부터 지난해(4조5967억원)까지 2년간 매출이 37.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3183억원→-2611억원)로 돌아섰다. 올 3분기까지도 매출은 4조7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8% 늘긴 했지만, 544억원의 영업손실(전년 2476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숙원인 호텔롯데 IPO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이 대표를 요직에 앉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는 전문성도 갖춘 만큼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5년부터 추진해 왔던 계획인 만큼 코로나19 이슈가 잠잠해졌을 때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IPO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며 "이완신 대표가 트렌디한 전략을 통해 회사 실적을 개선 시킬 만한 역량이 충분한 만큼 그에게 수장 자리를 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도 "이완신 대표는 업계에서도 경영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며 "이 같은 인물을 앞세워 IPO를 추진한다면 아무래도 기업가치 산정 등에 있어서 수월함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인사인 만큼 향후 어떠한 계획과 전략을 펼칠지는 당장 밝히기 어렵다"며 "IPO와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2015년부터 호텔롯데의 IPO를 추진해 왔다. 롯데지주 지분을 11.1%나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가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한 일본 자본으로 구성된 기업인 만큼 상장을 통해 지분율을 희석, 일본 롯데의 그룹 지배력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과 사드 배치, 코로나19 등의 이슈로 인해 현재까지 호텔롯데 IPO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