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개막을 앞두고 전자투표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전자투표 제도 도입 확대가 예고된 가운데 한국예탁결제원이 독점하고 있던 전자투표 플랫폼에 대형 증권사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고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 상장 계열사에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만이 실시해온 전자투표를 9개 상장 계열사로 확대하는 것이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주주편의를 이유로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를 도입키로 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의 합류로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전자투표를 도입하게 됐다. 이미 SK, 한화, 신세계, CJ 등 LG를 제외한 주요 대기업들이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자투표 플랫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자투표 서비스는 기존 예탁결제원이 독점해 왔다. 지난 2010년 8월 서비스가 이뤄진 예탁원의 ‘전자투표(K-evote)’ 서비스는 2017년에는 모바일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주주들은 공인인증서나 핸드폰, 신용카드 등을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치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위탁회사의 자본금 및 주주 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수수료가 차등 적용되는 유료 서비스임에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예탁원의 서비스는 독점적으로 운영됐다. 

최근 전자투표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대형 증권사들이 무료 수수료를 내세우며 고객 잡기에 나서며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플랫폼V’를 출시했다. 플랫폼V는 높은 주주 접근성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에셋대우에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자투표 실시와 바로가기를 안내한다. 주주총회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HTS나 MTS 화면에서 본인의 의결권을 조회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상법 개정에 따라 주주의 전자투표 참여시 대체인증수단을 준비 중으로휴대폰 Pass 인증서비스를 이달 중순 이후 오픈한다”며 “전자투표의 변경, 철회 준비와 주주총회 관리서비스를 이달 중 개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휴대폰 Pass 인증을 도입하면서 공인인증이 없는 주주도 전자투표가 가능해 전자투표행사율이 전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의 전자투표 플랫폼을 이용한 기업은 약 100개사로 전자투표행사율은 4.5%다.

삼성증권도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 서비스인 ‘온라인 주총장’을 선보인다. ‘온라인 주총장’은 발행회사와 주주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기존 전자투표 플랫폼에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주총 공시를 게재하면 온라인 주총장 화면에 수기로 다시 입력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온라인 주총장을 활용하면 오픈API를 통해 해당 공시를 바로 끌어와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주주입장에서도 카카오페이 인증서로 본인인증이 가능해진 만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수익이 목적이 아닌 기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유로 플랫폼을 출시했다”며 “법인들을 대상으로 삼성증권 이미지를 개선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한금융투자도 전자투표 플랫폼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 독점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증권사들이 무료로 제공해 법인의 반응이 좋다”며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예탁결제원의 기존 시스템이나 수수료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