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그동안 오비맥주 사장 자리는 ‘영전 대기석’으로 꼽혀 왔다. 2015년부터 3년간 오비맥주 사장을 지낸 프레데리코 프레이레(사진 좌)는 한국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AB인베브 중국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 사장인 브루노 코센티노(사진 중) 역시 AB인베브 아프리카 지역 담당 CMO(마케팅 총괄 임원)로 영전했다.

이들은 오비맥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오비맥주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AB인베브에 재인수된 2014년 3893억원에서 지난해 5816억원으로 49.4% 늘었다.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 '카스'가 국내 맥주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덕이었다.

하지만 오비맥주의 새 사령탑인 벤 베르하르트(사진 우)는 이러한 '영전공식'을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카스의 아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서다. 오비맥주는 카스 덕에 2012년부터 국내 맥주시장서 압도적 1위 사업자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테라' 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때 60%에 달했던 점유율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모회사 버드와이저APAC(버드와이저) East부문의 올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7% 가량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오비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기존 55~60%에서 5~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부진은 버드와이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버드와이저는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환경 변화로 EAST 지역 볼륨이 감소했다"면서 "지난 4월 맥주 출고가 인상도 당사의 주요 경쟁사 중 하나(하이트진로 테라)와의 경쟁에서 불거진 영향"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오비맥주의 점유율이 추가 하락할 여지도 클 것으로 관측 중이다. 테라의 인기가 단기에 식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테라가 서울과 수도권 핵심상권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롯데칠성(클라우드)의 판매량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최근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테라의 시장점유율은 내년 말께 카스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험지로 돌변한 한국시장에서 벤 베르하르트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벤 베르하르트는 2001년 AB인베브 입사 후 벨기에 영업 임원, 룩셈부르크 사장과 남유럽 지역 총괄 사장을 거쳐 2017년부터 현재까지 남아시아 지역 사장을 역임해 온 '영업통'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오비맥주 신임 사장이 카스 마케팅강화와 함께 AB인베브 자회사들이 취급하는 수입맥주 판매 제고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벤 베르하르트 사장이 짊어진 부담은 단순히 오비맥주의 수익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비맥주 실적이 AB인베브의 곳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AB인베브에 3450억원의 배당금과 함께 유상감자를 실시해 AB인베브에 총 6950억원을 안겼다. 벤 베르하르트 사장은 이밖에도 AB인베브가 향후 오비맥주를 재매각 할 것을 대비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