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세진 기자] 신세계가 단독으로 호텔 사업을 꾸릴 수 있을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 '레스케이프' 실패 등 독자운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세계는 내년 독립 브랜드를 단 호텔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란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최근 웨스틴과의 결별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웨스틴을 소유하고 있는 메리어트와 2020년까지 계약을 갱신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소문이 일단락 됐다. 업계는 당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강한 '독립' 의지 때문에 계약해지를 예상해 왔다. 하지만 메리어트 호텔 체인의 인지도에 따른 고객유치 이점으로 잔류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메리어트 체인과 연장계약을 맺었고, 기존 브랜드로 영업을 이어간다"면서도 "계약의 세부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세계조선호텔이 단발성 1년 계약만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2021년부터는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조선 팰리스'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마친 데다, 레스케이프로 자존심을 구긴 정용진 부회장이 이와 별개로 호텔 사업에 여전히 강한 의욕을 내비추고 있어서다. 실제 내년 리뉴얼 예정인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이 '웨스틴'을 떼고 '조선 팰리스'란 독자 브랜드를 사용하는 첫 호텔이 될 것이란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레스케이프 고전에도 불구하고 호텔 사업을 독자적으로 꾸리려는 열망이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부산 웨스틴조선호텔뿐만 아니라 새로 편입되는 '노보텔 앰배서더 더 부산', '강남 르네상스 호텔', 성남 판교 부지의 새 호텔도 레스케이프와 조선팰리스 등 독자브랜드를 달고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레스케이프의 경우 가성비를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와 동떨어진 비싼 객실료 측정, 서민 생활권 중심의 남대문 시장과 부조화를 이루는 '럭셔리 마케팅' 등이 입도마에 오르며 고객 유치에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레스케이프의 부진으로 신세계의 독자적인 운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독자 브랜드를 추진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 규모가 크고 수익 회수 기간도 오래 걸리는 호텔업 특성상 문어발 식 확장보단 수익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스케이프의 부진한 성적과 잇따른 신규 투자 영향으로 신세계조선호텔은 올 1, 2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상반기에만 1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2018년말 기준 신세계조선호텔 부채비율은 145.6%로 전년 동기 대비 41.7%p 상승했다. 총차입금 규모도 1099억원으로 같은 기간 14.4% 늘어난 상태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6월 신세계조선호텔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A 안정적→A 부정적) 했다. 

신세계 조선호텔 관계자는 "레스케이프 투자 및 안착 과정에서 다소 실적이 부진했으나 현재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하반기 수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5년 내 5개의 호텔 확장할 계획이지만 현재는 투자 단계이니 만큼 어떤 브랜드로 선보일 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