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SK텔레콤과 KT가 같은 국가 AI-RAN(AI 무선접속망) 실증사업에 선정된 SK텔레콤과 KT의 전략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SK텔레콤이 AI-RAN을 차세대 통신 인프라와 글로벌 표준 경쟁의 핵심 축으로 키우는 데 집중하는 반면 KT는 제조업 등 산업 현장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AI 모델에서 피지컬 AI와 산업 적용으로 이동하면서 AI-RAN 역시 각사의 AI 전략을 보여주는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SK텔레콤과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기반 조성 사업'의 수행기관으로 각각 선정됐다. 하이퍼 AI 네트워크는 AI가 통신망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피지컬 AI 서비스에 필요한 초저지연·대용량 통신을 제공하는 차세대 네트워크다. 양사는 내년까지 AI 기반 자율 운용 네트워크와 피지컬 AI 서비스를 실증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향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SK텔레콤은 AI-RAN을 차세대 통신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와 HFR, 에릭슨, 노키아 등 국내외 4개 제조사의 AI-RAN 장비를 하나의 사업 안에서 동시에 구축·검증하고 CPU와 GPU 기반 연산 구조, AI 서버와 사용자평면기능(UPF) 배치 방식 등을 비교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RAN 핵심 성능지표를 확보하고 O-RAN, 3GPP 등 글로벌 표준화 기구와 AI-RAN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표준 경쟁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번 실증을 AI 데이터센터(AIDC)와 AI-RAN 기지국, 피지컬 AI를 하나로 연결하는 'AI 고속도로' 전략의 핵심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무인 자율이송, 휴머노이드 저전력 모드 등 피지컬 AI 서비스 3종을 통해 AI-RAN 성능을 검증하고 확보한 성과를 글로벌 표준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한 AI-RAN 얼라이언스 이사회 회원사인 SK텔레콤은 올해 MWC 공동 전시와 최근 AI-RAN 얼라이언스 총회 참여 등을 통해 글로벌 표준화 논의도 주도하고 있다.
반면 KT는 AI-RAN을 산업 현장의 AI 전환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로 접근했다.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중심으로 AI 용접 로봇과 AI 도장 로봇, 자율 운용 로봇 등을 실증하고 초저지연 통신 환경에서 AI가 로봇과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제어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생산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향후 제조와 물류,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KT는 통신망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하고 장애를 자동으로 조치하는 'AI 코어 오케스트레이터'를 개발한다. 네트워크 데이터 분석 기능(NWDAF)과 AI를 연계해 자율 운용 네트워크를 구현하고 이를 산업 현장의 피지컬 AI 운영 기반으로 활용한다. 우면 연구개발센터에는 삼성전자와 국내 중소 장비업체가 참여하는 멀티벤더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기지국 전력 절감 기술과 저전력 5G 단말(RedCap) 등을 공동 검증할 예정이다.
같은 AI-RAN을 두고도 양사의 전략적 지향점은 뚜렷하게 갈렸다. SK텔레콤은 AI-RAN 자체를 새로운 네트워크 산업이자 글로벌 표준 경쟁의 대상으로 보고 생태계 선점에 집중하는 반면 KT는 AI-RAN을 기업 고객의 AX를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 기술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최근 양사가 추진하는 AI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와 GPU 서비스(GPUaaS), AI 반도체 협력, 글로벌 투자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AI 풀스택'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AI-RAN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를 연결하는 'AI 고속도로'의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려는 구상이다.
반면 KT는 이노베이션 허브와 AX 스쿼드, 제조·물류 중심의 산업별 AX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기업 고객의 AI 전환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AI-RAN도 새로운 네트워크 산업 자체보다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 활용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AI-RAN은 통신망 고도화를 넘어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연결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AI 모델 경쟁을 넘어 AI를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통신사의 새로운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AI-RAN은 각사의 AI 전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험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RAN은 단순히 기지국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AI 연산을 네트워크로 분산시키는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는 AI 모델 자체보다 이를 공장이나 물류, 로봇 같은 피지컬 AI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