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4%대 고금리 예금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수신 유치에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실질적인 수신 기반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신규 가입자가 늘더라도 기존 예금주들이 증권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이어지면서 수신 확대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여신 공급 축소와 과도한 수신 경쟁이 맞물리면서 향후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고객 락인(Lock-in)'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구축하려면 단순 금리 경쟁을 넘어 서비스 편의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시중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평균 기본금리는 연 3.93%를 기록했다. 평균 최고금리는 연 3.94%로 기본금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상품별로는 CK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이 기본금리와 최고 우대금리 모두 연 4.51%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저축은행의 고금리 기조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기본금리와 최고금리는 각각 연 2.73%, 3.18%로 집계됐다. 기본금리 기준 최고 상품은 JB전북은행의 'JB 다이렉트예금통장'(3.71%), 최고금리 기준으로는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3.85%)이었다.
평균 기본금리만 비교해도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단일 상품 기준으로는 저축은행이 최대 연 4.51% 금리를 제공하는 반면 시중은행에서는 아직 4%대 정기예금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예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배경에는 수신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증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이후 예금 자금의 이동이 본격화되자, 저축은행들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고금리 상품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금리 상품 판매 확대가 반드시 실질적인 수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더라도 기존 고객이 예금을 해지해 증권계좌로 자금을 이동시키면 수신 증가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계좌 잔액이 0원이거나 일정 기간 입·출금 거래가 없는 장기 미거래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의 재예치와 장기 거래 유지 여부가 수신 기반 안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증시로 자금이 이동한 고객이 적지 않아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 기존 고객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증시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예금으로 자금이 뚜렷하게 회귀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대출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여신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조달금리만 높아질 경우 예대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즉각적인 역마진 가능성보다도 운용자산 확대가 제한된 상태에서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저축은행 여신 규모는 2023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PF 부실 정리와 연체율 관리,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강화,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 수요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신 성장 여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저축은행업권 여신 잔액은 95조3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4월 말 112조879억원 대비 약 15% 감소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업계 일각에서는 소모적인 금리 경쟁을 지양하고 신규 유입 고객을 장기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PF 부실 사태 이후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신뢰도가 약화된 만큼 단순히 금리를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 확대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수치 경쟁보다 수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비대면 서비스와 모바일 채널 편의성을 강화하고, 고객이 장기간 거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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