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 의무 위반으로 이어지고, 다시 중대산업재해로 연결되는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기소와 재판이 가능하다"
이경제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수사과장은 딜사이트가 1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예방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개최한 '2026 건설부동산포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해 :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과장은 2010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하며 노동·안전 정책 전반을 담당해온 산업안전 전문가다. 지난 2024년 건설산재예방정책과장을 거쳐 현재 중대산업재해수사과장으로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과 사고 책임 규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과장은 "단순 사망사고 발생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 의무 위반, 중대산업재해 발생 간의 이중적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체 중대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현장 중심의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중대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600명 안팎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약 46~47%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 비중이 높지만 50인 이상 현장에서도 적지 않은 사고 사망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장은 "수사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고의와 인과관계 입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를 언급하며 산업재해 인정 기준도 설명했다. 작업 중 쓰러져 사망한 경우라도 모두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 과중이나 작업환경 영향 등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름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쓰러져 사망했다면 폭염 작업 환경과 안전보건 규칙 준수 여부 등을 함께 보게 된다"며 "열사병 진단 여부, 휴식시간 보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CSO(최고안전책임자)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되려면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어야 한다"며 "현재까지 나온 판례 110~120건 가운데 CSO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한 사례는 5건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조직·예산 전반을 총괄하는 권한을 가진 자를 경영책임자로 보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라며 "대표이사가 아닌 기업의 회장이나 CSO를 경영책임자로 보기 위해서는 아주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중대재해 사건 판결과 관련해서는 양형기준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는 집행유예 비중이 높지만 징역형 집행유예 역시 기업 입장에서 결코 부담이 적지 않다"며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 범죄 관련 별도 양형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고, 5년 내 재범 시 가중처벌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이후 대응 과정 역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과의 소통 없이 법률 대응만 우선할 경우 재판 과정에서 유족 측의 강한 처벌 탄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며 "사과와 합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사법적으로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위험성 평가와 종사자 의견 청취 체계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주요 공정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정과 위험 기계·기구에 대해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TBM(작업 전 안전회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종사자 의견을 듣고 개선 여부를 판단하는 환류 체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없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만 적용돼 사건이 종결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중소 건설업체는 기본적인 안전보건관리 체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위험성 평가나 종사자 의견 청취 체계 자체가 없는 사례가 많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자체를 잘 모르거나 재해 발생 이후에야 체계 구축 필요성을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판례 변화에 따라 발주자와 도급인의 책임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형식적 발주자 여부를 중심으로 봤다면 최근에는 실질적으로 사업 수행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함께 본다"며 "시공사의 관리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발주자에게도 도급인 수준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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