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간편현금결제·가상계좌 시장점유율 1위 기업 헥토파이낸셜이 본업 정점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카드·간편결제 시장이 포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25년간 축적해 온 결제 인프라를 발판 삼아 디지털자산 결제라는 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헥토파이낸셜은 지난 2000년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사 '세틀뱅크'로 출발한 25년차 핀테크 기업이다. 2016년 헥토이노베이션(당시 민앤지)에 인수되며 헥토그룹에 편입됐고, 2019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2022년 7월 사명을 현재의 헥토파이낸셜로 변경했다. 최대주주는 헥토이노베이션 외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39.91%다.
주력 사업은 ▲가상계좌 ▲펌뱅킹 ▲간편현금결제 ▲전자결제대행(PG) 등 전자금융 솔루션이다. 특히 간편현금결제 부문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자회사 등 그룹 차원에서 연간 1200조원 규모의 현금 결제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단순 결제 대행을 넘어 국내 자금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업자라는 의미다.
실제 본업 성과도 견조하다. 헥토파이낸셜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874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7.7%, 17.2% 늘어난 수치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부문별로 보면 간편현금결제가 26.4% 성장하며 외형 확대를 견인했고, PG 부문도 15.5% 늘어 뒤를 받쳤다. 해외정산 등 기타 부문 역시 9.1% 증가하는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수익성 측면에선 자체 회원 기반 서비스인 '내통장결제' 확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 본업 성장세 속 코인 시장 베팅…포화 시장의 활로
본업은 여전히 성장세다. 다만 중장기 성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카드·간편결제 시장은 이미 주요 사업자 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포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결제 단가 인하 압력도 상수다. 본업 정점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구조다.
헥토파이낸셜이 '코인'에 베팅한 배경이다. 가상계좌·펌뱅킹·PG로 구축한 결제망 운영 노하우를 디지털 자산 결제 영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결제 인프라와의 연결성, 그룹 차원의 운영 규모를 감안하면 단순 신사업이 아닌 본업의 자연스러운 외연 확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네트워크 진입이라는 초기 교두보도 마련했다. 헥토파이낸셜은 올해 2월 3일 서클(Circle)이 운영하는 결제망 'CPN(Circle Payments Network)'에 공식 파트너로 등재됐다. 국내 사업자 가운데 유일한 합류다.
CPN은 글로벌 주요 은행·결제기관 등 티어-1 사업자 약 20곳만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네트워크다. 사실상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결제 인프라 중 하나로 꼽힌다. 헥토파이낸셜이 국내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이 진영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향후 국경 간 결제(Cross-border Payment) 사업에서 확보하게 될 레버리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일본 법인 설립 완료…아부다비·싱가포르·대만 거점 진출 준비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헥토파이낸셜은 최근 일본 법인 설립을 마쳤다. 아부다비·싱가포르·대만 등 추가 거점 진출도 준비 중이다. 중장기 목표는 동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결제 허브 구축이다.
각 거점은 모두 디지털 자산 친화적 규제 환경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서 가장 앞서 있고, 아부다비(ADGM)와 싱가포르는 글로벌 가상자산 사업자(VASP)들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헥토파이낸셜이 국내 결제 사업자에서 동아시아 디지털 자산 결제망 운영자로 정체성을 재정의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헥토파이낸셜의 행보가 국내 핀테크 업계의 '코인 결제' 경쟁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계좌 1위 사업자라는 본업의 무게감, CPN 진영 합류라는 글로벌 티켓, 동아시아 거점 확장이라는 3박자가 맞물리면서 국내 디지털 자산 결제 시장 주도권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내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은 아직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인 초기 단계다. 실제 사업화 속도는 관련 법제와 금융당국의 인허가 방향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적 인프라와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하더라도 국내 결제 시장에서 상용화되기까지는 규제 불확실성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헥토파이낸셜 관계자는 "서클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글로벌 결제 생태계 내 핵심 인프라 사업자 역할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디지털자산 시장의 개화와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수요 확대 등 구조적 변화에 맞춰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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