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K-금융의 글로벌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제 주요 금융사에 단순한 기회 모색이 아니라 핵심 사업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탄탄한 해외 실적은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선순환적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딜사이트는 이번 기획을 통해 세계 각 거점에서 펼쳐지는 국내 금융사의 현지 사업과 전략, 그리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도쿄(일본)=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류형진 글로벌그룹 부행장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현지 주요 대형은행들과 만나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했다. 일본 은행들은 국내보다 일찍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전체 수익의 40%가량을 글로벌에서 창출하고 있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우리금융그룹 차원의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본점과 현지 간 협업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서다. 일본 현지에서 딜사이트와 만난 김건우 도쿄지점장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도 여러 차례 미팅을 가지는 등 지난해부터 그룹차원에서 일본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일본 진출은 1968년부터다. 국내 상업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열며 현지시장에 안착했지만 불미스러운 사고로 인해 한동안 영업은 정체기를 맞았다. 그러다 2016년부터 IB금융으로 사업방향을 집중하면서 다시 안정화를 이뤘다.
도쿄지점의 자산 규모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2022년 8억3400만달러였던 총여신은 2023년 8억1400만달러, 지난해 9억2800만달러, 올해 상반기 10억2000만달러(약 1조4560억원)로 확대됐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웃돈다.
여신의 약 80%는 신디케이트론으로 구성되며, 항공기금융을 비롯해 ECA(수출신용기관)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소구 부동산대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비중은 항공기금융이 가장 크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인해 규모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도쿄지점은 ECA금융을 새 포트폴리오로 내세워 돌파구를 찾았다. ECA금융은 일본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보험을 담보로 인프라 투자를 하는 구조로 한국계 금융사 중에서는 우리은행이 최초로 허가를 받아 시행했다. 올해 취급 규모는 2억1000만달러(약 3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김 지점장은 "보증서 담보로 나가는 구조다 보니 RWA(위험가중자산) 관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며 "글로벌그룹 차원에서도 다른 해외영업점에 이같은 방식을 검토할 것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파생거래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영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본점 파생금융부 직원을 주재원으로 새롭게 부임시키며 준비에 나섰다. 김 지점장은 "항공기금융을 비롯해 파생 관련 수요가 많아 상반기 내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관련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단순 수익 확대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의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특히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등 핵심 계열사들과의 연계를 통한 전방위적 금융서비스 제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그룹들의 사업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김 지점장은 "뱅크오브뉴욕멜론이나 씨티그룹 등 외국계 금융그룹은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이 같이 진출해 고객에게 다방면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일본 현지기업들의 사업에 대한 벤치마킹 연구와 더불어 이같은 형태로의 확장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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