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얼마 전 보험업계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보험개발원의 통계 포털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자료 업데이트가 늦고 보험사별 비교 기능도 사실상 차단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니 알 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결국 불편함 때문에 이용조차 꺼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보험개발원의 'INCOS 보험통계조회서비스'에는 '보험통계월보' 같은 자료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별 데이터를 한눈에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보험현황 통계는 2022년에 멈춘 상태였고, 보험사 실적 통계 역시 연도별 조회가 2007년까지만 가능했다.
이같은 불편함을 털어놓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도 "이 통계가 어디까지나 요율 산정 등 내부 업무를 위해 만든 것이지 소비자 편의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굳이 손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소비자가 스스로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시대인데, 통계 서비스만큼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낡은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시점에 최신 자료를 확인하고 손쉽게 비교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그 기본적인 역할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작 더 뿌리 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보험사별 비교가 가능해지면 곤란해질 쪽은 바로 보험사다. 직관적인 통계는 곧 약점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공개가 잦아질수록 소비자의 눈높이는 올라가고 보험사의 민낯은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결국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조차 보험사와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니 변화 요구가 애초부터 힘을 잃은 것이다. 불친절한 통계는 이를 개선할 역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결과물이었다. '보험사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는 내부의 불문율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개발원은 보험사의 유관기관이자 재원을 분담금에 의존하는 구조다. 따라서 업계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모순적이다. 진정 업계의 발전을 바란다면 문제를 감추는 대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험개발원은 애초에 보험소비자 보호와 보험산업의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책무는 더욱 무겁다.
보험의 본래 정신은 '연대'다. 계모임에서 출발한 보험은 모두가 조금씩 부담해 누군가의 위험을 덜어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지금 업계와 유관기관이 지켜온 연대는 소비자를 배제한 '폐쇄적 연대'에 가깝다. 업계와 유관기관이 서로만을 보호하는 구조 속에서 보험 본래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연대의 정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대의 감각'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보험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보장이 다소 아쉽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학교 선배, 친척, 믿을 만한 지인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 이런 선택은 '함께 위험을 나눈다'는 보험의 원형을 보여준다.
업계와 유관기관이 소비자가 아닌 서로만을 보호한다면 그 울타리는 결국 안에서부터 무너진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출발점은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있다. 보험이 소비자를 위한 제도임을 증명하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제공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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