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AI는 개발자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한 명의 개발자가 열 명 몫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염의준 엑소게임즈 대표가 24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5)' 무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AI가 바꿀 게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그는 AI의 도입이 게임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와 그 속에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염 대표는 과거 게임을 개발한 경험과 현재 감정 기반 AI 모델을 개발 중인 개발자로서의 관점을 바탕으로 발표를 이끌었다. 그는 "30년 내공으로도 30시간 걸릴 작업을 AI는 30분 만에 완성한다"며 "생성형 AI를 도입한 이후 하루 출시되는 게임 수가 1000개를 넘었고, 곧 월 2000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3배'가 아니라 '10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는 10명이 만들던 게임을 1~2명이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스튜디오와 그렇지 못한 곳 간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게임 개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선 "기존엔 AI가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 존재였다면 앞으로는 AI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주도할 수 있는 능동적 에이전트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게임을 만들어 봐"라는 지시 한 줄에, 캐릭터, 대사, 퀘스트, 세계관 구성까지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AI의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그는 "AI는 아직 '코끼리의 발바닥'처럼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상상할 수 없다"며 "AI는 추론이 아닌 예측, 사고가 아닌 통계 기반 패턴 분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패턴을 예측하는 데 특화된 AI는 창의적인 심리전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염 대표는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 ▲직관 ▲내적동기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최적화만 추구하지만, 인간은 때론 비효율을 감수하고도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낸다"며 "이러한 감정과 가치 기반의 선택은 AI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게임 개발자들의 역할에 대해 염 대표는 AI 시대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혁신의 중심에는 게임 업계 출신 개발자들이 있다"며 딥마인드 창립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둠(Doom)'을 만든 존 카맥(John Carmack)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두 사람 모두 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이후 AI 연구와 알고리즘 개발에 기여하며 업계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염 대표는 "게임 개발자는 창의성과 시스템 설계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집단"이라며 "AI 혁신의 주역으로서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염 대표는 "게임은 인문학과 기술이 결합된 가장 복합적인 문화 예술"이라며 "게임 개발자들이 더 많은 존중을 받고, AI와 함께 시대를 이끄는 주체로 자리 잡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