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에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모태펀드 출자금 확대는 물론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00조원 국민펀드 조성 계획도 나왔다. "유한책임투자자(LP) 확보가 어렵다", "출자사업 경쟁률이 너무 높다", "회수가 원활하지 않다"는 등의 곡소리를 내던 벤처캐피탈(VC)로선 긍정적인 신호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연간 40조원이다. 지난해 규모가 약 12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3배가 넘는다. 이는 모태펀드 등 공공자금 규모를 확대하면서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하고 연기금 출자 확대 유도 등 관련 공약을 종합해 나온 수치다.
VC들은 모태펀드 출자금으로 자펀드를 꾸려 스타트업 등 민간투자에 나선다. 공공자금 '떡고물'이 많을수록 펀드 결성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재원이 늘면 출자 분야도 확대되기에 위탁운용사(GP) 선정 확률도 높아질 수 있다. 출자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된다는 한 심사역의 고민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벤처시장 내 정책금융기관의 역할도 키워야하는 만큼 공공자금 확대는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작년 전체 출자자 가운데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한 금액은 2조4226억원에 불과했다. 2023년보다 늘어났으나 개인, 연기금 및 공제회 등 민간부문 출자액과 비교하면 5조7000억원 이상 낮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100조원 펀드 조성도 벤처 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 TSMC를 언급하며 100조원 펀드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TSMC가 대만의 지원에 힘입어 세계 1위 기업이 됐듯이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 벤처투자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은 퓨리오사AI가 꼽힌다. 이 기업은 엔비디아의 대항마로도 언급되고 있는데 기업가치를 알아본 VC의 선구안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는 평가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1900억원을 투자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1000억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도 앞두고 있다.
국민펀드는 개인과 기업, 정부, 연기금이 동시에 참여해 조성되기에 안정적인 운용은 필수적이다. 또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유망 기업을 걸러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VC의 역할도 강조될 것으로 보여 국민펀드 출자금을 활용한 벤처 생태계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플레이션, 생산성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가운데 혁신기업까지 만들지 못한다면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벤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최우선 '키'는 단연 출자금이다. 이재명 정부의 벤처 철학이 공염불로 그치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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