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발 과잉공급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에틸렌을 비롯한 중국의 기초화학 제품 자급률은 100%에 근접했고 중국으로 가는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30년까지 불황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이 통폐합을 검토하면서 생존을 위한 기업간 이합집산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사업의 통폐합을 고민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불안감 탓이다. 딜사이트는 리밸런싱을 둘러싼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경영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롯데케미칼이 전방위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에 나서고 있다. 지난 3년(2022~2024) 누적 영업적자는 2조원을 웃돈다. 이런 가운데 롯데지에스(GS)화학도 매물 리스트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 합작사인 롯데GS화학은 매년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업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에 공들이는 롯데케미칼의 사업 전략을 고려하면 석유화학 리밸런싱 국면에서 통폐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롯데GS화학은 2020년 2월 설립됐다.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 지분율은 각각 지분 51%, 49%다. 롯데GS화학이 GS 계열 정유사 GS칼텍스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다. C4 유분 제품인 BD, TBA, MTBE를 제조·판매한다. C4 유분은 납사(NCC) 분해 과정에서 에틸렌, 프로필렌과 함께 부산물로 생성된다. 2022년 여수 산업단지 내 C4 유분 공장 준공 후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롯데GS화학은 상업가동을 시작한 2022년 매출 1480억원, 영업적자 136억원을 기록했다. 첫해 적자를 제외하면 2023년부터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65억원, 177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3065억원, 337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외형 성장을 하는 셈이다.
다만 처음 제시했던 장밋빛 전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롯데와 GS의 투자 협약 체결 당시 GS에너지 쪽은 합작사의 연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원, 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매출 3065억원, 영업이익 337억원)과 비교하면 지금 실적은 목표치에 30%에 불과한 것이다.
롯데GS화학의 경우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맞물려 리밸런싱 대상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산 경량화 전략 아래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스페셜티를 확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롯데GS화학의 제품은 범용으로 분류된다. 중국발 과잉공급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범용 제품을 축소하는 방향과 상통한다.
최근 시장에 불거진 HD현대케미칼의 통폐합도 이 같은 전략에서 추진된다는 분석이다. HD현대케미칼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각 40%, 6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로 실무 단계에서 다양한 방식의 사업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회계법인을 끼고 NCC 설비를 통합 법인에서 합하고 현금·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등의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연간 85만톤(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합작사로 지난해 15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적자만 1200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이달 기준 233만톤(t)으로 국내 2위를 기록하고 있고 HD현대케미칼의 경우 85만톤으로 국내 7위에 올라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이익을 내는 법인도 매각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 법인(LCPL)이 대표적이다. 파키스탄 법인(LCPL) 지분 75%를 파키스탄 투자사인 아시아파크인베스트먼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화학업체 몽타주오일 DMCC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다. 약 98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파키스탄 법인은 지난해 기준 매출 5356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기록한 곳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이익을 기록하는 계열사 가리지 않고 범용제품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 속에 리밸런싱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GS화학 관계자는 "올해 Phenol, Acetone, BPA 공장 상업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며 "공장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