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일양약품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사업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음성공장 설비투자를 감행했다. 설비 보강을 통해 사계절 내내 가동할 수 있는 백신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내수에 집중돼 있던 백신 판매도 남반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외형 성장과 원가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 4월 음성 백신공장 증축을 완료하고 현재 시험 가동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음성공장의 의료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GMP)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절차는 통상 약 1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은 앞서 2023년 8월 음성공장 증축 계획을 발표했다. 증축 공사는 오는 6월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계획보다 2개월 빠르게 마무리됐다. 총 투자금액은 283억원이다. 이번 증축은 독감 백신 남반구 시장 진출 및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풀이된다.
일양약품의 작년 독감 백신 매출은 300억원 안팎이다. 이는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을 통한 206억원의 수주 성과가 포함된 금액으로 백신 매출의 90% 이상이 내수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백신사업 매출은 전체 매출(2688억원)의 10~12% 수준"이라며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과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현재 수출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상 제약사들은 3월에서 6월까지 북반구 독감 백신을 생산하고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 백신은 10월부터 12월까지 생산한다. 그러나 일양약품은 백신 판매가 내수시장에 집중돼 있어 가동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일양약품의 음성공장 가동률도 43%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증축으로 사계절 내내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수출 확대와 원가절감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를 기반으로 남반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백신 원가절감이 당장 수익성 제고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타 백신 대비 경쟁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양약품이 남반구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긍정적인 글로벌 백신시장 전망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인플루엔자 백신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760억달러(103조원) 수준이다. 향후 연평균 5.74% 성장해 2030년에는 1105억달러(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양약품은 향후 남반구 유행 추천 균주를 확보한 뒤 오세아니아 및 중남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 범미보건기구(PAHO)의 의약품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회사는 앞서 2018년 WHO로부터 사전적격성심사(PQ) 승인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공공백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상태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음성공장 가동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며 "향후 남반구 시장에 거점을 늘려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