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케이뱅크의 마지막 기업공개(IPO) 도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증시 분위기에 활기가 돌면서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개선돼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와 별개로 케이뱅크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10월 업비트와의 제휴 만료도 앞둔 만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중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협의를 거쳐 상장 주관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에는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UBS증권 등 5곳이 참여했다.
FI들과 체결한 드래그얼롱 조항 탓에 내년 7월까지 상장을 진행해야 하는 케이뱅크의 IPO 도전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 될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는 2021년 유상증자 당시 '적정 몸값으로' 상장하는 조건으로 FI들에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문제는 적정 몸값에 대한 FI들의 눈높이다. 지난해 IPO 당시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9500~1만2000원 선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밴드 하단인 9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3조9586억원으로, 최소 몸값 4조원을 원한 셈이다. 하지만 실제론 하단 아래인 8500원 수준의 공모가가 제시되면서 IPO를 철회했다. FI들이 기존 눈높이를 고수할 경우 케이뱅크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추가로 설득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IPO를 앞두고 오히려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6.8% 줄었다. 이자비용이 급증하며 실적을 이끄는 이자손익이 1085억원로 20% 감소한 탓이다.
케이뱅크의 이자비용 부담은 업비트 유치에 드는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제휴를 통해 고객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의존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1분기 수신 잔액 27조8000억원 중 업비트 예치금은 5조3631억원으로 19%를 차지한다.
지난해 7월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돌려주도록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업비트가 케이뱅크로부터 받는 이용료율을 기존 0.1%에서 2.1%로 올렸다. 이 비용이 케이뱅크의 이자비용에 포함돼 실적을 끌어내리게 됐다.
이에 더해 케이뱅크는 오는 10월 업비트와 제휴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용료의 추가 상향에 따른 비용부담이 가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업비트가 제휴를 연장하지 않으면 수신 잔액의 5분의 1가량이 증발하게 된다. 하반기 IPO를 위해선 상반기까지의 좋은 성적표가 필수적이지만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다만 시장 환경이 지난해보다 개선되고 있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피어그룹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한 달 사이 20% 뛰었다. 지난 10일에는 3만7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케이뱅크 공모 당시 주가보다 40~50%나 상승했다. 당시 케이뱅크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 수준의 피어그룹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케이뱅크에 적용한 PBR은 2.56배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며 AI와 기술주에 대한 투심이 살아나고 있으나 인뱅은 '그래도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특히 케이뱅크는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이자이익뿐 아니라 다양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수익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