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중앙일보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이 자회사 SLL중앙을 시장에 내놓는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SLL중앙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영화 '범죄도시'를 제작한 유명 콘텐츠 제작사인데 조단위 사업부를 파는 배경에는 가중된 재무부담과 투자자 갈등이 자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 지분 53.8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SLL중앙은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프랙시스캐피탈과 텐센트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두 곳의 투자자로부터 4000억원을 받았고, 대신 3년 내 증시상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미디어 산업은 불황국면에 돌입했고, 기업가치는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불어난 재무부담 때문에 상장 작업도 사실상 좌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중앙일보그룹은 매각을 통해 이중고를 덜어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실 재무적 투자자에 약속한 IPO(기업공개)는 2024년 말까지 기한이 만료됐다. 그러나 계약상 2026년 말까지 1년 단위로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매각을 택한 것은 업황 반전 가능성이 낮고 재무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업계에선 SLL중앙의 밸류업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평가한다. SLL중앙은 JTBC의 주요 드라마·예능 콘텐츠를 제작하는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괴물', '재벌집 막내아들', '킹더랜드' 등 흥행작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연결 기준 실적을 보면 2021년 5589억원이던 매출이 2024년 470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1년 150억원에서 2022년 –602억원, 2023년 –516억원, 2024년 –312억원으로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21년 217억원에서 2022년 –582억원, 2023년 –859억원, 2024년 –392억원으로 악화됐다.
재무부담이 급속도로 커졌기 때문에 매각 전략을 택했지만 이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킬 원매자가 많지 않아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재무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연결기준)은 2021년 말 프리IPO 효과로 80% 수준까지 개선됐지만 2024년 말에는 다시 177%로 크게 상승했다.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비 부담 증가가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다. OTT 시장 경쟁 심화로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가 필수적인데 그 사이 제작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영진이 기대 만큼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났고, 이는 곧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영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운영 자금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게 됐고, 자본 잠식 위험도 커졌다.
재무구조 악화가 IPO에 큰 걸림돌이 되자 매각을 택한 것으로, 시장에선 근시일내 상장 추진도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고정비 중심의 콘텐츠 제작 구조, OTT 중심으로 재편된 미디어 시장 환경 등이 신규 투자자 유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프리IPO 당시 기대했던 밸류에이션을 현 시장에서 실현하기는 불가능"이라며 "투자자들과의 계약 이행을 위한 엑시트 수단으로 매각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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