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엔씨소프트가 15년 이상 축적한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게임 산업의 경계를 넘어 패션, 유통,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본격 확장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공식적으로 분사한 엔씨AI는 내부에서 게임 개발을 위해 고도화된 AI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사업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임수진 엔씨AI 최고사업책임자(CBO)는 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간 게임 개발 생산성과 운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쌓아온 기술을 이제는 엔씨소프트 내부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패션과 유통 분야 기업들이 먼저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AI는 기존 게임 개발·운영에서 축적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현재 패션기업 F&F, 안다르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추가로 10여 개 기업과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 게임 개발 경험 기반 '워크툴'…실무자 편의성 극대화
엔씨AI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바로 현장 실무자 중심의 '워크툴'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임 CBO는 "일반적인 생성형 AI가 마케팅용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엔씨AI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 실무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특정 영역만 미세하게 수정하거나 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비슷한 작업물을 신속히 찾는 등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산업에서 이미 검증된 엔씨AI의 기술은 이제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가고 있다. MMORPG '아이온2'의 캐릭터 음성 생성, '쓰론앤리버티(TL)'의 그래픽 생성 등 게임 내 AI 활용 사례에서 이미 효과성을 입증했다. 게임 내 채팅 번역에서도 AI가 불필요한 번역을 필터링해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다른 게임사나 플랫폼 사업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는 가상 착장 기술을 발전시켜 상품 상세 페이지 이미지 생성부터 룩북, 배너, 이벤트 페이지 제작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임 CBO는 "게임 아바타에 옷을 입히던 기술이 실제 의류의 세밀한 핏과 길이감까지 구현하면서, 유통과 커머스 분야의 마케팅 효율성 증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3년 내 BEP 달성 목표"
임 CBO는 "국내 대표 게임사로서 엔씨소프트가 쌓아온 기술적 신뢰성이 외부 기업들과의 협력에서 큰 강점이 되고 있다"며 "국내외 대형 인터넷 방송 플랫폼, 지상파 및 종합 편성 방송사, 대형 쇼핑몰 등 다양한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이미 엔씨AI 기술을 적용하고 있거나 도입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엔씨AI의 인력은 약 200명으로 대부분 AI 연구원과 개발자로 구성돼 있다. 이는 국내 AI 전문 기업들 가운데서도 상당한 규모다.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하이테크 스타트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엔씨AI는 내년부터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임 CBO는 "국내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십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내에 글로벌 시장에서 AI 분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임 CBO는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올해는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모델 구축과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술 완성도가 높고 시장에서 이미 실제로 쓰이고 있는 엔씨AI는 글로벌 AI 기업으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게임 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나 쉽게 창작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AI 워크툴을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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