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네패스 창업주 이병구 회장 부부가 보유 지분 전량을 장남 이창우 부회장에게 증여하기로 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창우 부회장은 명의 이전이 완료되면 단숨에 최대주주가 된다. 다만 240억원 규모의 증여세 납부가 새 과제로 남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병구 회장과 아내 이성자씨는 지난달 16일 이창우 부회장과 네패스 지분을 넘기는 무상증여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장은 보유 중이던 423만2134주(지분율 18.35%)를, 이성자씨는 94만4495주(4.10%)를 각각 이창우 부회장에게 증여하는 내용이다. 이창우 부회장은 기존에도 회사 주식 25만298주(1.09%)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번 증여가 완료되면 총 보유 지분은 542만6927주(23.53%)로 늘어난다.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구조다.
이번 무상증여계약 조건에는 '증여와 관련해 발생한 비용과 세금 등은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증여자 또는 수증자 각자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증여세 납세의무는 수증자인 이창우 부회장에게 있다. 증여세법에 따라 자산을 무상으로 이전받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 증여자(이병구·이성자)가 일부 세금을 대신 부담할 경우 간접 증여로 간주돼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창우 부회장이 전액을 직접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상장주식의 증여액은 증여일 기준 2개월 전과 2개월 후, 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액으로 산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병구 회장 부부가 계약 체결일인 5월16일 종가(7940원)를 기준으로 증여세 부담을 가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여일(6월16일)까지 한 달의 시차가 있었지만 당시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7940원으로 증여 대상 주식 517만6629주를 평가한 금액은 411억원이다. 여기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따른 20% 할증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493억원으로 늘어난다. 또 증여세 최고세율(50%)과 각종 공제 항목을 반영하면 이창우 부회장이 부담해야 할 세액은 약 24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창우 부회장은 현재 네패스 대표뿐 아니라 네패스아크 대표, 네패스이앤씨 부회장 등 다수 계열사에서 주요 직책을 겸임 중이다. 지난해에는 네패스에서 성과급을 포함해 7억6800만원, 네패스아크에서는 9억2200만원을 수령했다. 두 곳에서만 연간 17억원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이외 다른 계열사에서의 보수까지 고려하면 이창우 부회장의 실질 연봉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240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단기간에 일시 납부하는 일은 부담이기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분할 납부가 가능한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이창우 부회장은 당분간 이병구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 아래 그룹을 이끌어갈 전망이다. 그는 지난 2010년 네패스에 입사, 지난해 3월 14년 만에 대표로 승진했다. 당장은 그룹 전반의 위기를 야기한 패널레벨패키지(PLP) 사업 관련 정상화와 전 계열사 수익성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패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반도체 업황 부진에 전년(101억원)보다 66.2% 줄어든 34억원에 그쳤다. PLP사업부문의 중단영업 손실도 반영되면서 순손실은 794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지분 증여와 관련해 네패스 관계자는 "개인 주주관계에 의한 거래로 회사가 아닌 개인적인 내용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재무에 미치는 영향 또한 특별히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창우 부회장은 네패스 공동 대표이사로 꾸준히 경영활동에 참여해왔다"며 "최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네패스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영의 연속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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