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성희 산업2부장] 가이던스(Guidance)와 컨센서스(Consensus)라는 말이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라면 익숙할 단어일테다. 가이던스는 기업이 직접 발표하는 미래 실적 전망이고, 컨센서스는 시장에서 예측하는 기업 실적의 평균치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들의 전망과 시장 관계자들이 예측하는 전망은 충분히 엇박자가 날 수 있다. 경영진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테고 시장에서는 최대한 낙관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들이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는 이유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가 결과가 그에 못 미칠 때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경영진들이 직접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괜히 목표치나 전망치에 미달하는 성적을 거두게 되면 고스란히 경영능력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이유는 기업의 튼튼한 펀더멘탈과 경영성과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미리 충족시켜주기 위한 의도도 있다. 장미빛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이던스를 제시할지 말지는 결국 경영자의 선택이다. 가이던스를 공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이던스가 없이 기업을 이끌지는 않는다.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의 불만을 야기할 순 있지만, 차후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이를 뛰어 넘는 좋은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년째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기다려 왔다.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와 함께 새 정부에서 침체된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정책적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대표적으로 공급확대에 대한 의지는 밝혔지만 언제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다소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국민들 삶에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부동산'에 대해 정부가 소홀할 수는 없다. 섣불리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부터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역대 정권들에서 무리하게 공급 수치를 제시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던 결과들에 대한 학습효과가 반영됐을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무리한 공급 목표를 강제할 경우 실무진에서 무리하게 실적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수요 없는 공급 등의 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을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상황이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IMF에 준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경제회복과 성장, 주력산업 육성, 대외 이슈 대응 등에 우선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점 육성과 인프라 구축 등 큰 그림은 제시했으니 큰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세부 계획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으로 변수를 통제해야 하는데 언제 어디서 경제를 뒤흔들 변수가 터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짧은 기간 안에 코로나 팬데믹과 그에 따른 양적완화, 이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양적긴축이라는 경제적 롤러코스터 상황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출렁임도 익히 겪었다. 주택 활황 시절 정부의 공급 정책이 현재는 부동산 시장의 난제가 되고 있다. 장미빛 가이던스가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인해 시장에 큰 충격이 되고 있는 셈이다.
리더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목표나 제시할 수는 없다. 목표 설정이 잘못 됐다면,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상당 시간 달려왔다면 중간에 돌이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및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강화와 지방균형 발전으로 요약되는 큰 가이던스는 제시됐다. 구체적 계획에 대한 궁금증이 일더라도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다. '실용'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인 만큼 집값 안정과 양극화 해소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실용적인 답안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