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펀드·리츠(임대인)를 상대로 임대료 협상에 나선 가운데 4000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회생담보권을 내세워 임대료 삭감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인 측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홈플러스가 회생법원의 승인을 거쳐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한다면 개인투자자 투자금은 전액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사 매장을 보유한 임대인 측과 임대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시행사 등이 보유 중인 17개 매장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한 이후 지금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구성된 공모펀드·리츠와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기한은 이달 말까지지만 양측은 이번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일 매장 임대인인 펀드·리츠 측에 일방적으로 잔여기간 임대료를 삭감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삭감 규모는 공모펀드 35%, 사모펀드 50%다.
홈플러스가 임대인 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배경에는 회생담보권이 있다. 통상 임대료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해 임차인이 정상적인 변제의무를 부담하도록 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계약은 금융리스로, 소유권이 형식적으로는 임대인에게 넘어갔지만 이는 담보목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소유권이 홈플러스에 있으니 담보가액 범위 내에서 회생담보권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즉 임대차계약 해지 이후 발생하는 손해배상(위약금) 청구권은 회생법에 따라 회생채권으로 분류하고, 향후 기업회생 절차에 따라 90% 수준으로 삭감한다.
펀드·리츠는 세일즈앤리스백이 금융리스가 아니라 운용리스인 만큼 임대료는 공익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일부 운용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료 삭감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요구를 거부한 임대인은 지난달 말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공모펀드·리츠다. 시행사나 사모펀드가 임대인인 경우 상대적으로 임대료 삭감을 버텨낼 여력이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모여있는 공모펀드·리츠는 그럴 힘이 없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펀드·리츠는 총 6개다. 공모펀드에는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가 있고 리츠 상품은 ▲신한서부티엔디리츠 ▲제이알제24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케이비평촌리테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케이비사당리테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이 있다.
이들 공모펀드·리츠에 들어간 개인투자자는 총 4000명 정도로 시장은 추산하고 있다. 3214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만 해도 개인투자자만 1000명이 참여했다. 개인투자금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이어 '케이비평촌리테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와 '케이비사당리테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도 각각 900명(300억원), 600명(400억원)가량이 투자했다. 700여명이 참여한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에도 약 580억원을 투입한 점을 감안하면 6개 홈플러스 공모펀드·리츠에 묶인 개인투자자 수만 4000명에 투자금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펀드·리츠들은 홈플러스와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20~30% 수준의 임대료 삭감을 요구 중인데 공모펀드·리츠는 이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 등에 지급해야 할 이자(DSCR)는 정해져 있는데 임대료가 줄어들 경우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통상 펀드·리츠는 부동산 매매금액의 60~70%를 대출로 충당하고 나머지를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채우는 방식이어서 구조적으로 홈플러스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주단의 기한이익상실(EOD) 압박도 여전해 공모펀드·리츠는 임대료 삭감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와 공모펀드·리츠 양 측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임대료 협상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홈플러스에게 있지만 그 피해는 오롯이 투자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지난달 말 17개 매장에 대한 임대차계약 해지 통보가 이뤄진 것처럼 회생법원이 홈플러스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4000명의 개인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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