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법적소송충당부채가 45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충당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공사비를 놓고 갈등 중인 한전을 상대로 국제중재까지 신청했다. 한전과 한수원이 집안싸움을 본격화하면서 추가로 충당부채를 설정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그 종속회사 포함)이 임금, 손해배상 등의 법적 문제로 쌓아둔 소송충당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451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 1057억원에서 327.2% 증가했다. 2022년 152억원에 불과했던 소송충당부채는 2023년 108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4500억원을 돌파하며 급격히 증가했다.
소송충당부채는 기업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소송 등으로 인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미리 재무제표상 부채로 계상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한수원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소송 등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갖춘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을 때 충당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수원의 소송 사건은 1분기 기준 총 105건이다. 한수원이 소송을 당한 피소 건은 78건이며, 소송을 제기한 제소 건은 2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총 82건에서 23건 늘어났다.
소송충당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임금 및 손해배상 소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대법원 등에서 16건의 임금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이다. 임금 소송 관련 부채만 3406억원에 이르며 소송충당부채를 회계처리하면서 우발부채로 3062억원이 잡혔다. 전년 동기 1422억원에서 115.3% 늘었다.
실제 한수원 소송 및 수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피소 및 제소소송은 총 47건으로 파악됐다. 이중 손해배상 사건이 13건이며, 임금 관련 사건은 5건이다. 소송비용에만 지난해 109억원을 들였다. 올해 1분기 소송비용은 11억원에서 18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충당부채가 쌓일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대규모 충당금 설정은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되는데 이는 순이익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한수원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8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장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지만 소송비용이 확대될 경우 한수원 입장에서도 법적 및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수원은 5건의 중재 및 조정 사건을 진행 중인 만큼 결과에 따라 소송충당부채가 더 쌓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이 설계한 한울 3·4호기 부착식 앵커의 성능수준 미달을 주장하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 청구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비 정산을 놓고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제소했다. 바라카 원전의 추가 공사비 11억달러(1조5600억원)에 대한 정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9년 20조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한전은 지난해 4개 호기의 원전이 모두 상업 운전을 개시하며 프로젝트 마무리 정산 과정에 돌입했다.
사업 총괄은 한전이, 원전 건설과 같은 업무는 자회사 한수원이 담당했다. 그런데 당초 계획보다 실제 원전 건설 과정에서 사업비가 증액했고, 한수원은 한전과 추가 공사비를 받아내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양사가 국제중재를 받게 되면서 집안싸움이 원전 수출 확대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니 소송과 국제중재 장기전으로 대규모 충당부채가 설정되면 수익성 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소송 관련 예상 손실을 충당부채로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중재사건의 경우 아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소송충당부채로 잡지 않았다"며 "그동안 선제적인 대비 차원에서 충당부채로 설정했으나 결과에 따라 기존 충당부채 금액 일부가 환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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